홍성배 강릉본사 취재국장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공기가 탁하고 머리가 복잡해 갑자기 시원한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급히 KTX강릉선 열차를 예약하고 노트북 하나만 달랑 들고 강릉으로 향했다. 앞으로 나흘간 강릉에 머물면서 심기일전 하기로 했다. A사장은 결재나 회사 발전을 위한 긴급회의는 메일이나 화상회의로 처리하고 금요일 쯤 서울 사무실로 돌아와 전략회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다를 보면서 쉼을 가진 A 사장은 의외로 강릉이 편하다 생각됐다. 나흘이 지난 A사장은 이 참에 사무실을 강릉으로 옮겨볼까 고민했다. 수도권에 필요한 영업부만 남겨 놓고 회사도 이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A사장을 매료시킨 것은 수도권에서 접근이 용이한데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주말이면 산행과 해양레저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자연이 한몫 했다.

위의 상황은 조만간 강릉에서 나타날 기업가들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지만 일부 발빠른 기업인들은 이미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등 구체화 하고 있다.

청정 강릉에서 드넓은 바다를 보며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 오너들. 나아가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회사들이 줄지어 오는 강릉.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라며 누군가 찬물을 끼얹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강릉시는 지난 2006년 강릉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16년 동안 기업들을 유치해 왔다.

기나긴 여정 속에 “강릉에서 무슨 기업을 하느냐”고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사천면 방동리와 대전동 일원 148만6849㎡에 조성된 강릉과학산업단지는 최근 전체 필지가 모두 분양 완료됐다. 과학산업단지에는 벤처공장과 창업보육센터, 연구소, 지원기관 등 136개 업체에 1300여명이 상주해있다. 기업 부지가 모자라 최근에는 추가 단지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업비 208억여원을 들여 오는 2025년까지 덕실리 일대 14만8000㎡ 규모의 단지를 조성해 바이오, 세라믹, 천연물 등 공해가 덜한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과학산업단지 추가조성과 함께 구정면 금광리 일대에 사업비 6000억원을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허브거점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그린산업단지는 70만㎡(53만평)에 산업과 물류, 공공기능 시설 등을 갖추는 대규모 사업이다.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한다. 시는 여기에 제약사 등 청정 바이오 회사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대통령선거 때에는 각당 후보들에게 스마트 그린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국가산업단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강원도 공약제안 과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지금 이제는 이 사업이 국가산업단지로 추진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부지를 비롯해 인근 스마트 축산 시범단지 등에 대해 정의당 강릉시위원회가 강릉시장의 ‘땅투기 의혹’이 있다며 문제 제기하자 시장측은 ‘허위사실’이라며 반박 입장문을 내고 경찰에 고발까지 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장은 최근 소속당으로부터 공천배제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법당국이 시시비비를 가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강릉시가 미래를 보고 앞서 준비한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

KTX강릉선 개통으로 대량 물류이동이 가능해지고, 수도권 기업들이 스스로 강릉을 찾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 포털 회사인 네이버의 데이터센터가 춘천에 뿌리를 내리 듯 강릉에도 유명 기업들이 줄지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가족을 뒤로 한 채 살인적인 생활비까지 지불하며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취직 이산(離散)’의 아픔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수도권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아 강릉으로 몰려오도록 해야 한다.

강릉이 가야할 스마트 한 이 길에 강릉시민 모두가 눈을 떼면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