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청와대를 바라보고 출근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주머니속 전화통이 울린다. “붕~, 붕~.” 아침부터 누구야?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다.

“야! 잘 사냐. 그래 용산은 어때? 광화문에서 용산 왔다갔다 하느라고 개고생이겠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게거품 물고 선전하던 고교 동창이다. 30년 가까이 서울서 교편을 잡고 일했다. 골수는 아니지만 운동권 출신 선생이었다. 학교에서 만난 수학선생 아내와 3년 전 은퇴한뒤 고향집에서 룰루랄라 무탈하게 늙어가고 있다. 그의 말투에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묻어났다.

서울시청 근처에서 용산으로 가는 길은 청와대로 가는 길보다 불편하다. 11번 마을버스로 휙 가던 길이 번거롭고 멀어졌다. 용산 대통령실은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가야 한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4호선 지하철로 갈아 타고 다시 두 정거장을 간다. 삼각지역에서 내려 계단을 네다섯 차례 오르락내리락 한 뒤 13번 출구를 나오면 저만치 남산이 보인다. 서울보훈지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어린이놀이터가 있다. 다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새 대통령실 건물과 한강 건너 관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숨이 차고 땀이 난다.

삼각지역부터 대통령실까지 십여 분 걸리는 길에서는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낑낑거리며 학교 갔다 돌아오는 1학년 어린이를 만난다. 앞치마에 손을 쓱쓱 씻으며 이웃들과 얘기하는 부대찌개집 아주머니도 마주친다. 갓 스물을 넘겼을 앳된 여군이 선배에게 “충성!”하며 거수경례를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후미진 골목길 삼겹살집에서 낮술을 하는 반백의 50대 중년도 본다. 어둠이 내려 앉은 상가에서 폐지를 줍는 일흔을 넘겼을 할머니도 스쳐 지나간다.

“용산? 아직 모르겠어. 근데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보여 좋네. 나를 보는 것 같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 내는 우리를 보는 것 같아서. 야! KTX 타고 한번 와라. 막걸리나 한잔하자.”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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