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마스크를 올리고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TV화면 캡처]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마스크를 올리고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TV화면 캡처]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마스크가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내내 단상 뒷열에 앉은 죄(?)로 TV중계 화면에 계속 잡힌 20대 박 위원장은 물을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거나 내리지 않고 마스크를 위로 올리고 물을 마시는 순간이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마스크를 위로 올리니까 얼굴 전체를 가리는 모습이 독특했다. 그는 왜 마스크를 내려 ‘턱스크’로 물을 마시지 않고 궂이 마스트를 올려 ‘눈스크’를 하면서 물을 마셨을까? 그것도 하필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중에. 박 위원장의 이같은 행동이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정권교체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박 위원장의 당시 심리가 궁금해 진 것은 필자만의 호기심일까.

5월2일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역당국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거리 채로 거리를 나서고 있다. 2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지냈던터라, 마스크로부터 해방됐다는 반가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여전히 쓰고 있는 주변을 볼 때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나섰던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인 것이다. 왜 그럴까.

코로나 펜데믹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느정도 위기관리가 됐던 이른바 ‘K-방역’의 배경에는 국민의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에 힘입은 바 크다. 처음에는 지하철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세계적 펜데믹 상황에서 국민들의 높은 시민정신은 이들 마저 마스크를 쓰게 만들었다. 물론 정부의 강력한 제재도 한몫을 했지만, 국민적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는데도 마스크를 쉽사리 벗지 못하고 있다. 2년이란 결코 짧지 않는 기간동안 일상이 되어버린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유추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역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인식이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은 비단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봄철 꽃가루나, 자동차 매연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 영화 마스크 포스터.
▲ 영화 마스크 포스터.

'마스크’라는 영화가 있다. 짐 캐리가 주연한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은행원이 어느날 고대 유물인 마스크를 쓰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줄거리다. 코미디와 액션 영화로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본래의 얼굴이 사회적 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마스크를 쓴 얼굴은 어쩌면 그 사람의 본능을 드러낼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것이 되고,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까닭도 마스크로 인한 익명성의 편안함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감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지금은 마스크 쓰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예전에는 마스크를 쓰면 왠지 경계하는 마음도 들곤 했다. 실제로 마스크나 복면 등으로 얼굴을 숨긴채 못된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 방송사의 ‘복면가왕’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는 연예 프로다. 참석자들이 편견없이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 편견을 없애고 순수하게 노래실력만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연자들도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게 되니, 무엇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쨌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방역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마스크를 벗지 못함으로써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마스크의 일상으로 인해 사람간 정서적 교감이 약화되고, 결국 공동체의 유대감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다가 정말 정다운 미소를 나눴던 예전의 그 마음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기후변화의 위기속에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마스크는 계속 써야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는 국민의 마스크의 질병 예방에 대한 효능성에 대한 믿음도 한몫을 한다. 조금은 서글픈 결론이지만,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인식변화의 일단이 아닐 수 없다.

▲ 10일 오후 관악구 서울대학교 버들골 풍산마당에서 열린 SNU 페스티벌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5.10. 연합뉴스
▲ 10일 오후 관악구 서울대학교 버들골 풍산마당에서 열린 SNU 페스티벌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5.10. 연합뉴스

그러나 계절의 여왕 5월이 지나고 한 여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과감하게 마스크를 벗고 세상과 마주할 것으로 믿는다. 마스크가 본성을 드러내던, 본성을 감추던 또는 박지현 공동위원장이 눈스크를 하던, 모두 우리의 이웃 아닌가.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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