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민 삼척주재 취재부장
구정민 삼척주재 취재부장

중국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남에게 속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국지’이다. 그중에서도 나관중(1330년?~1400년)이 지은 삼국지연의는 정사 70%에 허구가 30% 정도 섞여 있고 촉한 정통론에 입각한 소설이어서 일부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지금까지 즐겨 읽히는 소설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인의 안전이나 전쟁에 임할 때 남을 속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데 놀란다. 서량으로 쳐들어간 조조가 마초와 한수 사이를 이간질로 갈라놓은 일이나, 손권이 형주를 차지하기 위해 유비에게 시집보낸 여동생에게 유비의 아들(아두)을 데려오도록 한 일(물론 실패했다) 등에서 당시 영웅들은 남을 속이는 것을 오히려 지략이라고 여기고 자랑스러워한다. 인의를 앞세운 유비마저도 종친 유장을 돕겠다고 달려가서는 그의 땅을 뺏고 훗날 황제에 오르는 기반으로 삼았다.

이처럼 남을 속이면서 얻는 이익을 당연시했던 이들이 이상하게 남들 시선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조조와 유비, 손권을 비롯한 등장인물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남을 더 잘 속일까’라고 하면서 “남에게 비웃음을 사는 일은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남의 시선에 신경을 썼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민심(民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민심은 곧 명분이 되고, 이는 국가는 물론 한 지역을 다스리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대선에 가려 늦게 시작한 지방선거인 만큼 저마다 후보들의 마음은 한시가 급하다. 공약을 다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는데 몰두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면 작은 일을 부풀릴 수밖에 없고 당연히 거짓이 양념처럼 첨가될 수밖에 없다. 히틀러의 오른팔 괴벨스가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 있다”고 했던가. 사람들을 속이고 선거에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끝이 아니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이제 곧 시작이다.

이쯤에서 6월 선거에서 선출직으로 당선될 후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승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시길 바란다. 민의를 살피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야 말로, 민심에 충실하는 것이고 나아가 지역과 민생을 돌볼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 인생을 더욱 연장하는 길임을 잊지 말기를 새삼 바란다. 아울러 나를 포함한 모든 유권자들에게도 어떤 후보가 거짓말만 일삼는지 세심히 살필 것을 다짐하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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