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교육해 봐야 재배 시기에 비자 만료, 고국 돌아가”
현행 비자 국내체류 5개월 한정
근로자 짧은 체류기간 불편 호소
고용주, 1회 연장 등 대책 요구
지자체, 업무 복잡·과중 토로

▲ 양구군 양구읍 죽곡리에 위치한 김연호 양구군외국인근로자고용주협의회장 농가에 배치된 필리핀 국적의 리차드씨가 모종을 고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양구군 양구읍 죽곡리에 위치한 김연호 양구군외국인근로자고용주협의회장 농가에 배치된 필리핀 국적의 리차드씨가 모종을 고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3574명. 올해 강원도에 들어오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규모다. 강원도내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코로나19 만 2년 간 강원도내 농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빈 자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2016년 제도 시행 첫 해 57명을 시작으로 입국 인원이 불과 6년만에 62배로 늘어난 것만 봐도 이들의 위치와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농촌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하지만 이들이 강원도내 농가들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강원도민일보는 기획취재 ‘불편한 동거-강원농가와 계절근로자’를 연재한다. 농촌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간 간극을 메우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1. 함께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5개월

춘천시 유포리에서 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강모(67)씨. 강씨에게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계륵’같은 존재다. 없으면 아쉽지만, 막상 꼭 필요할 땐 모두 떠난다. 5개월로 한정된 계절근로(E-8) 비자 때문이다. 현행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경우 5개월 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E-8 비자가 발급되고 있다. 이마저도 제도 시행 초기 3개월 체류할 수 있는 단기취업(C-4) 비자에서 2개월 늘어난 것이다. 농번기에 단기간 지정된 농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이지만 체류기간이 너무 짧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강씨는 “시설재배는 대체적으로 1년 내내 인력이 필요한 농법”이라며 “교육할 것도 많은데 기껏 교육해 놓고 재배를 할 시기가 되면 비자가 만료돼 고국으로 돌아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오전 양구군 양구읍 죽곡리에서 만난 김연호 양구군외국인근로자고용주협의회장도 비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 농가의 경우 노동력 면으로 봤을 때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농사라는 게 1년을 내다보고 진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비자 문제로 기껏 교육해놓은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비자 1회 연장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도 이 같은 조치는 달갑지 않다. 김 회장의 수박 재배 하우스에 배치된 필리핀 국적 외국인 계절근로자 리차드(44)씨 역시 입장은 비슷했다. 올해까지 6번이나 외국인 계절근로자로서 한국을 찾았다는 리차드는 “일을 좀 하다가 5개월이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계속 있을 수도 없고 금방 돌아가야 하다 보니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필리핀에 있는 친구들에게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당 문제는 지자체의 업무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경우 5개월 비자로 입국하는데 이게 1년에 한 번밖에 발급이 안된다”며 “해당 근로자가 비자 만료로 출국하게 되면 3개월 단기 비자로 새로운 근로자를 배정하는데 배정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기간도 너무 짧아 농가도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도 “현재 도내 여러 시군에서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해당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고 여러 대책을 검토 후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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