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둘레버스
세계 최대 크기 108염주 관음사 봉안
치악산 명소 구룡사 전나무숲길 만끽
원주 학곡·횡성 강림 잇는 잣나무숲
매주 일요일 둘레길 7코스 정기투어
5월은 걷기 좋은 달이다. 환하디 환한 햇살 속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야외로 나가 한번 걸어야 한다는 의무적 충동이 절로 든다. 최근 원주 걷기명소가 된 치악산 둘레길 ‘버스여행 코스’가 생겨 눈길을 끈다. 이달 1일 첫 운행에 나선 ‘치악산 둘레버스’다. 건강, 휴식을 위해 둘레길을 걷고 그 길 주위의 역사문화자원까지 만나보는 1석2조의 나들이 기회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해 쏠쏠한 지식도 제공한다.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까지 해제됐으니 사람이 붐비지 않는 틈을 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쉼’의 시간을 갖길 권해본다.
#꽃밭머리길 투어
치악산 둘레버스는 총 4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이중 ‘꽃밭머리길 투어’는 치악산 둘레길 1코스 중 국형사와 행구동 카페거리, 관음사를 걷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1000m가 넘는 고봉들 사이 가파른 계곡이 있는 치악산은 예부터 산세가 험하지만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 코스를 통해 관음사, 국형사와 국형사 동악단을 둘러본 후 데크산책로, 국형사 솔바람 숲길을 산책할 수 있다.
1971년 창건된 관음사는 역사가 그리 길진 않으나 세계 최대 크기의 108염주가 봉안된 곳으로 유명하다. 직접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국형사는 조선의 오악(五岳) 중 동악에 속하는 전통사찰로, 치악산 천연송림 가운데 자리해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동악신을 봉안하고 동악단을 쌓았다. 매해 이곳에 원주 및 인근 고을의 원들이 모여 제향을 올렸다고 해서 ‘국형사’라고 이름 지어졌다. 1코스에서는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구룡길 투어
‘구룡길 투어’는 치악산 둘레길 2코스 중 운곡 원천석 묘역과 구룡사, 구룡사 전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먼저 만나는 운곡 원천석 묘역은 고려말 혼란한 정치상황을 개탄하며 치악산에 은거한 원천석 선생의 묘역이다. 이 묘역은 강원도 기념물 제75호로 지정돼 있다. 묘역을 지나 운곡솔바람숲길을 걸은 후 구룡사를 만나게 된다.
치악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가 바로 구룡사다. 신라시대 한 스님이 당시 이 곳에 터를 잡고 있던 용 아홉마리를 물리친 후 절을 세웠고,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아홉 구’가 아닌 ‘거북 구’로 고쳐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사찰과 주위 전나무숲을 걸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수레너미길 투어
세 번째 투어는 치악산 3코스 중 수레너미 잣나무 숲과 태종대를 걷는 ‘수레너미길 투어’다. 한다리골을 지나 숲속놀이터를 걷고 각림사 옛 터, 노고소, 태종대까지 가는 길로, 태종 이방원과 그의 스승인 운곡 원천석 선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레너미길 잣나무숲은 과거 소초면 학곡리 한다리골에서 횡성군 안흥면 강림리를 연결해주던 길이다.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이 스승인 원천석 선생을 만나기 위해 수레를 타고 넘었다고 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이 길을 통해 치악산 능선의 매화산과 천지봉 사이를 넘게 되는데, 그 정상을 ‘수레너미재’라고 부른다. 본래 주필대라 불렸지만 후에 이방원이 태종으로 등극하게 되면서 태종대라는 새이름을 갖게 됐다.
#싸리치옛길 투어
치악산 둘레길 7코스 중 싸리치옛길을 걷고 인근 명소인 치악산 명주사와 고판화 박물관을 관람하는 ‘싸리치옛길 투어’도 있다. 고판화 박물관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등에서 수집한 고판화 원판, 서적, 능화판, 사전지판, 부적판, 원본판화 등 무려 4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판화체험도 가능하다. 싸리치옛길은 신림면 신림리에서 황둔리를 잇던 길이다. 싸리나무가 많이 자라 싸리재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이 길에는 수목이 우거져 있어 자연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계곡의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조선 단종이 영월로 유배가던 중 지난 길, 방랑시인이 넘어간 길로도 알려져 있다.‘치악산 둘레버스’ 이용요금은 5000원이다. 코스에 따라 체험료나 입장료가 발생할 수 있다. 정기투어는 매주 일요일, 15명 이상 단체투어는 원하는 날짜에 가능하다. 치악산 둘레버스에 탑승하여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 봉사시간이 인정되니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권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