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사라진 외국인 근로자… 농가엔 빚만 남았다
자체 인력앱 통해 정보 공유해
임금 더 많이 주는 공장으로 이탈
농가, 월급·근로자 소개비 떠안아
“인력부족 알고 불법체류 악용”

강원 농업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지만 그들은 조직적으로 강원도를 떠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용역의 경우 브로커를 통한 인력 유출이 계속되고 있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고 국내에 들어온 계절근로자 역시 임금을 더 많이 준다는 공장 등으로 무단이탈하며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텔레그램이나 자체 인력앱 등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끼리도 정보를 공유, 무단 이탈을 돕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홍천군 서석면에서 육묘장과 시설하우스를 운영하고 하고 있는 신성호(60)씨는 지난해 12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올 1월부터 육묘장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태국 국적 외국인 근로자 4명을 미리 고용했다. 계약 시 이들은 신 씨 농가에 1년 이상 근무할 것을 약속한 상태였다. 당시에는 겨울이라 농가에 일이 없었지만 내년을 생각해 1주일에 2~3일 근무해도 월급을 주고 숙식도 제공, 해당 인력을 관리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월급을 지급하고 조촐한 파티까지 열고 난 후 다음 날, 숙소를 방문한 신씨는 눈을 의심했다. 태국 국적 외국인 근로자 4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월급을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 이미 이탈한 이후였다.

신씨는 월급과 외국인 근로자 소개비 200만원까지 빚으로 떠안게 됐다. 신 씨는 “이들이 불법체류자임에도 농촌에서는 인력이 하도 없기 때문에 고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제는 악용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외국인 근로자 구인, 구직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본지가 한 외국인 구인구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결과 해당 앱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지원하고 있었다. 채용정보에는 각 지역에서 공고를 올렸고 업종과 임금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불법체류자도 증가세다. 2018년 35만5126명이었던 우리나라 불법체류자는 2019년 39만281명, 2020년 39만2196명으로 늘었다. 불과 2년새 3만7070명(10.4%) 증가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강원도내 농민들은 당국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봉환 홍천군인삼경작인협의회장과 최현상 강원인삼농협 이사는 지난 16일 춘천지방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항의 방문했다. 신 회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국내에 비자를 받고 들어오면 월급으로 200만~220만원 정도 받는데, 무단이탈해서 공장에 가면 한 달에 250만원은 넘게 받는다”며 “이렇다보니 불법체류가 되는 경우가 흔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춘천지방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도내 곳곳에서 해당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출입국사무소 인력이 많지 않고 무작정 단속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