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입국 늦어져 숙소 월세·관리비 헛돈만 지출”
정부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안 마련
가건축물 숙소에 신규배정 않기로
농가 일손부족·비용부담 ‘이중고’
지자체, 전용숙소 확보방안 논의

강원도내 농가들이 농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필수이지만, 이들이 생활할 숙소는 농업인들이 부담해야 한다. 숙소를 지어 놓고도 외국인 근로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어 강원도내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해 1월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신고필증이 없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게는 외국인 근로자를 신규 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책은 당시 한파 때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하던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사망 사건이 불씨가 됐다. 당시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공동으로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조사에 응답한 외국인 근로자 3850명 중 절반 이상인 69.6%가 가설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강원도내 대부분의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한다면 농업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리비와 임대비용은 대부분 농가에서 자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구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박모(62)씨는 농장과 거리가 있는 빌라를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얻었다. 하지만 박 씨는 현재 해당 숙소를 구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박 씨는 “빌라를 임대했는데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임금의 20% 이상 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월세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차액은 전부 농가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돈을 들여 숙소를 만들어 놨음에도 계절근로자 입국이 늦어져 사용도 못하는 방치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인제에서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조남명(63)씨는 지난 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숙소를 마련해야 계절근로자를 배치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100만원을 들여 화장실과 외관을 수리했지만 아직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했다. 조 씨는 “관리비는 계속 나가는데 언제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올 지 모르겠고 감자 정식은 계속 연기되는 상황에서 수리비만 헛돈 쓴 셈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농민들의 부담이 계속되다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숙소를 구축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철원군은 33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9월 말까지 외국인 근로자 전용 집단 숙소를 짓기로 했고 횡성군의 경우에도 전용 숙소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심영준 인제군채소연합회장은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빈 곳으로 놀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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