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좌)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좌)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가 2관왕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배우 송강호는 ‘브로커’로 일곱 번째 칸 무대를 밟은 뒤 이뤄낸 쾌거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 다수의 작업을 함께해 영화계 단짝으로 불리는 이들은 수상 직후 서로에게도 축하 인사를 건냈다.

먼저 수상한 송강호는 심사위원인 제프 니콜스 감독의 호명을 받자 양옆에 앉아 있던 함께 출연한 배우 강동원, 작품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차례로 끌어안았다. 또 무대로 향하는 길에 박찬욱 감독과 ‘헤어질 결심’의 배우 박해일과도 포옹했다.

▲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AP=연합뉴스]
▲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AP=연합뉴스]

송강호는 무대에 올라 “메르시 보꾸”(Merci beaucoup·감사합니다)라는 불어로 수상 소감을 시작한 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위대한 예술가’라고 칭하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1층과 2층에 앉은 참석자들을 둘러보던 그는 ‘브로커’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를 비롯해 배급사 CJ ENM 관계자, 영화제에 함께 온 가족들을 차례로 언급하고 “감사와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수많은 영화 팬분들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라며 한국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인 영국 배우 레베카 홀의 호명을 받고 ‘헤어질 결심’ 주연을 맡은 배우 박해일 등과 포옹한 뒤 무대로 향했다.

미소를 띠며 무대에 올라선 박 감독은 진지한 표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영화인으로서 느낀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그만큼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작품 제작에 함께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 주연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를 차례로 언급하며 애정과 감사를 전했다.

▲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로이터=연합뉴스]
▲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영화가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칸영화제에서 2관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헤어질 결심’은 공개 직후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 평점을 받고, 외신들의 극찬 세례가 쏟아지면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점차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왔던 고레에다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영화인인 만큼 한국 영화가 왜 이렇게 주목받는지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박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으로 돌아갔다. ‘슬픔의 삼각형’은 부유한 모델 커플이 호화 유람선에 초대됐다가 좌초되고, 유일하게 낚시를 할 줄 아는 청소부를 정점으로 계급관계가 역전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문화예술계의 계급성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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