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인도의 국부이자 성자로 칭송받는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망국으로 가는 7대 사회악(죄)의 첫 번째로 ‘원칙 없는 정치(Politicswithout principle)’를 꼽았다. 간디가 1925년 자신이 발행하는 영자 주간지 ‘영 인디아(Young India)’에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 7대 사회악은 원칙 없는 정치와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성 없는 상거래(Commerce without morality), 인류애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이다.

전 세계의 공통된 사회악이기도 하겠지만 이 위대한 지도자는 100년 가까운 이전 시기에 요즘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폐단을 어쩜 이리도 정확하게 꼬집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간디가 꼽은 정치의 원칙은 무엇일까. 우리사회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법과 정의, 양심 등을 지키는 큰 원칙에서부터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민을 잘살고 행복하게 하는 작은 원칙까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원칙이 있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지방권력을 새롭게 선출하는 6·1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도내에서도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 도·군의원에 모두 490여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중 242명이 당선돼 앞으로 4년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게 된다.

이제 오늘 밤이면 13일간 온 동네 골목골목 울려 퍼졌던 확성기는 꺼지고 내일이면 주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내일 밤쯤에는 당락이 갈린다. 승리한 쪽은 환호할 것이고 패배한 쪽은 실망하고 실의에 빠질 것이다.

이전의 선거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갈수록 심화되는 주민 간 갈등과 반목의 골을 해결할 방안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이나 총선 같은 큰 단위의 선거는 그 정도가 약한 데 반해 지방선거는 유독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간의 이견과 갈등, 반목이 심한 것이 현실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주민들끼리도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놓고 편이 갈리고 이로 인해 가까운 이웃과 선후배가 등을 돌려 반목하며 심지어 적대시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 많은 주민은 지방선거 무용론과 정당 공천제 폐지론까지 거론하고 심지어 지방선거 망국론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지만 중앙권력에 예속된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요원한 일일 뿐이다.

그렇지만 지난 30여년간 일궈 온 지방자치의 꽃을 활짝 피우려면 지방의 일은 지방이 알아서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먼저 앞장서 주권자인 주민들을 화합시키는 일에 가장 큰 가치를 두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후보자들도 정치의 제1원칙을 주민화합으로 정해 상대 후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감싸 안는 아량과 포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하며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들에 적극 협력하는 풍토를 만드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주민 갈등과 편가르기를 단호히 배척하고 주민 화합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원칙 있는 정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간디가 지적했던 망국으로 가는 날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막연한 기우일까.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