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오십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인간관계로 인해 우리는 행복해하기도,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직장 생활에 관한 고민도 적성이나 업무 자체에 관한 일들보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고려하는 일도 있습니다.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이 점차 많아지고, 좋든 싫든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래서 끊어내기도 어려운 부모 자식 같은 관계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선택으로 시작됩니다. 물론 그 과정을 인연, 운명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우연히 새로 만나더라도 그중에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과정은 분명 어느 순간의 선택에 따른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 후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 단 한순간도 함께 하고 싶지 않는 누군가도 친구가 있고, 연애를 하고, 심지어는 결혼까지 해서 배우자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들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퍼즐 같습니다.

나와 맞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는 맞지 않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누군가와는 짝을 이룹니다. 퍼즐의 모양에 따라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정해진다면, 그 모양을 변형시킨다면 또 새로운 사람과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퍼즐의 모양이 만들어지는 일은 처음 시작하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인간관계인 부모님과의 관계, 처음 사귀게 된 친구, 첫사랑, 첫 직장, 뭐든 첫 경험은 이후 경험하게 되는 관계와 일들에 대한 비교와 판단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언제나 중요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인간관계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배우자의 외도와 음주, 도박과 폭력 등 번갈아 지속되는 이런저런 문제로 수년간 고통을 받다가 결국은 헤어지게 된 A씨의 사연은 기구합니다. 어렵게 관계를 정리하고 기댈 곳이 없다며 한동안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던 A씨는 얼마 후 지인의 소개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며 행복해 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가 싶더니 얼마 후 다시 상담실을 찾은 A씨는 통곡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왜 다 이런 사람인지, 친구들은 좋은 사람 만나서 잘만 사는데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을 받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이어가던 A씨는 차라리 이제는 혼자 사는 게 낫겠다며 새로 만난 사람을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연은 절묘하게도 이미 헤어진 지난 배우자와의 일들과 재방송처럼 닮아있습니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과 인간관계에서의 트라우마는 우리 깊은 마음속에 콤플렉스라는 응어리로 남아 이후의 삶에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A씨의 사례와 같이 이전과 비슷한 관계나 상황을 재현하여 과거 해결되지 않았던 갈등과 상처를 해소하고자하는 이런 무의식적 과정을 ‘반복 강박’이라고 합니다. 이전 관계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고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같은 모양의 퍼즐을 가지고 준비 없이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를 성급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전에 잘 맞았던 바로 그 모양의 퍼즐을 가진 상대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좋은 모양의 퍼즐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도 좋은 퍼즐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퍼즐 주변에는 좋은 퍼즐들이 머물고 그 주변을 또 채워가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당신의 옆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술을 좋아하는 사람 주변에는 언제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관계에 대한 한 설문 연구에서는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 주변에는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고,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 주변에는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나의 행복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집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은 나의 모습이 아닐까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늘어가는 요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팔호광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심리툰 작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