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정치부 기자
정승환 정치부 기자

‘선택’의 날이 밝았다. 오늘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날이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주권을 행사하는 축제의 장처럼 여겨진다. 그 꽃을 피워내고 축제를 만드는 것은 주권 행사를 실현하는 행위인 투표다. 투표가 없는 선거는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은 꽃이자 텅 빈 축제장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사회는 마치 투표를 하는 행위 자체에만 ‘큰 의미(?)’를 둔다. 투표가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행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하며 무조건적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권리이자 의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 투표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 아닌 미래를 맡길 권력을 선택하는 행위다. 그러나 선거철이 다가오면 매번 어김없이 심판론이 등장하고, 우리는 동조한다. 수많은 유권자는 정치권의 여론전에 휘말려 ‘심판자’를 자처하고 나선다. 심판자들은 선거에 나온 각 후보의 인물, 정책 등 미래적 가치에 대한 ‘투자’보다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과거에 대한 ‘청산’, ‘보복’에 집중해 투표권을 행사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내세우는 가치는 무엇인지, 후보는 누군지 등 이런 ‘사소한 것들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물론 어떤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고, 다름이 틀림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택은 자유다.

다만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대신해 이쪽저쪽을 오가며 칼을 휘두르는 ‘정치권의 칼잡이’, ‘일일천하의 독재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투표를 하는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표를 하기 전에 대의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투표의 자세는 무엇인지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선택이 모여 미래가 바뀔 수 있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저서 ‘사회 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사회계약론)’에서 “인민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의회 의원 선출 기간에만 자유로울 뿐이다. 의원을 선출하자마자 그들은 곧 노예가 되며, 별것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린다”고 했다. 하루만 독재하고, 이후 수년을 정치권의 하수인으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심판만을 선택의 ‘제1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자유인이 될 것인지 노예가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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