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윤석열의 여당 압승’, ‘지역권력도 교체’, ‘민주당 완패’, ‘무너진 진보’ 2일자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통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비롯 강원, 충청권 등 중부권을 석권하고 나아가 국민의힘 텃밭이었던 부산과 경남, 울산까지 승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지선은 강원도의 권력지형도 한꺼번에 바꿔놨다. 도지사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신이 만 명이고, 패배하면 이유가 만 가지라는 말이 있듯, 승리한 측이나 패배한 측이나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선 결과는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20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아무래도 새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 압승, 야당 참패를 안겨준 선거결과가 단지 이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0.73%p 차이’의 승부. 지금으로부터 86일 전 역대급 초박빙으로 승패가 갈린 지난 대선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깻잎 한 장’의 승부의 대선 결과를 아전인수 한 야당의 그릇된 상황인식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을까.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보였던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부 구성과 정책변화에 대해 대선 패배의 아쉬움이 컸던 야당으로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정서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으로 하여금 새정부와 협조하기 보다는 공세 일변도의 태도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 선택으로 현존하는 다수당에 대한 존중이 필요했다. 패자를 지지했던 절반의 국민을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적극적인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야 했다. 물론 바짝 다가온 지방선거로 인해 대화나 타협보다는 우선 대척점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에게 필요한 전선구축이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거대 양당의 치열한 대립은 지방선거에서 ‘지역 어젠다 실종’을 불러왔다. 지역이 실종된 지방선거는 상대를 겨냥한 조롱과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낮은 투표율에서 나타나듯 지역 유권자의 외면을 자초했다.

그래서 빨간 바람이 휩쓴 ‘대선 연장전’이 되어버린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적으로 대선에 불복한 것으로 비친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차이의 패배라도 주권자의 선택을 진정으로 수용하고, 자기혁신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0.73%p 차이’로 승부가 갈린 미안함을 이번 지선에서 높은 지지로 보여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은 그동안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정당에게 다시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은 오히려 섣부른 정치공학으로 국민을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국민은 가차없이 응징한 것이다. ‘0.73%p’가 부메랑이 된 이번 지방선거는 그래서 여당의 압승이라기 보다는 야당의 참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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