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금강산 아래 마을 이야기’
미수복지역 양구 수입면 주민 취재

▲ 양구 DMZ 철책선에서 바라본 수입면 문등리 모습.   본사 자료사진
▲ 양구 DMZ 철책선에서 바라본 수입면 문등리 모습. 본사 자료사진

양구 수입면은 미수복지역이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측 4㎞ 구간 내 비무장지대에 위치한다. 마을이 있었던 지역은 북한 금강군으로 편입됐으며 우리나라도 수입면 일부 수복지구를 방산면에 편입시키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2003년 준공된 북한 금강산댐으로 인해 면 소재지까지 물에 잠겨버렸다. 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이학주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장이 쓴 ‘금강산 아래 마을 이야기’는 양구 수입면에 살았던 어르신 10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옛 지명과 민속신앙, 설화 등도 자세히 수록돼 있다. 저자는 수입면지, 수입면 임원명단, 수입면민회원명부 등을 입수해 수백통의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은 없는 전화번호였거나 돌아가신 경우가 많았다. 1년여간 취재 끝에 어르신 10명과 인터뷰를 가졌고 어린 시절 고향의 산천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수입면 어르신들은 1945년 해방 즈음에 북한 정권을 피해 남으로 넘어온 경우가 많았다. 1940년생인 박광남 어르신도 인민군을 피해 월남했고, 1938년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이연옥 어르신은 반동분자라는 오명을 벗고 춘천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별세한 고 김금녀 어르신은 13세 때까지 수입면에서 살았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차출을 피해 17세의 나이였던 1945년 얼굴도 모르는 홍천의 청년과 혼례를 치렀다. 그로부터치 1년 뒤 친정을 찾아 아버지를 만났을 때가 수입면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책을 통해 수입면 지역적 특성도 엿볼 수 있다. 주민들은 담배와 옥수수 농사를 많이 지었고 물고기 사냥도 많이 했다. 소 두마리를 이용한 겨릿소로 밭을 갈았으며 겨울이면 마을 청년들은 토끼와 멧돼지를 사냥하러 나섰다. 금강산과도 위치가 가까워 걸어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잦았다.

이학주 원장은 “이 글을 취재하고 정리하면서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수입면에 고향을 둔 실향민은 고향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할 수 없었던 분들”이라고 전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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