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1일 춘천 강원도당사에서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저보다 더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이설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1일 춘천 강원도당사에서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저보다 더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이설화

이광재.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이 됐다. 그의 나이 38세. 그는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평창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아버지를 따라 정선 신동읍에 있는 예미초등학교로 전학해 졸업했다.

함백중학교를 입학한 그는 원주 중학교로 전학하면서 원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그 후 서울 연세대학교로 진학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30대인 그가 어느 날 청와대 핵심 중에 핵심인 국정상황실장에 발탁되면서, 그의 출신지역에 관심이 쏠렸다. 알고보니 토종 강원도 사람이라니! 대부분의 도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으로 치면 ‘노핵관’ 소리를 들었던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출신지인 평창과 정선이 포함되어 있는 지역구(태백·영월·평창·정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노무현 참모에서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갖게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재선 국회의원이 된 그는 국회의원 임기 2년을 남기고 2010년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서게 된다. 상대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었다. 방송인 출신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이계진 의원 역시 원주에서 재선 의원을 지내다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도지사 선거에 나선 것이다.

당시 도지사 선거 초반판세는 이광재에게는 매우 불리한 구도였다. 강원도는 보수성향이 뚜렷한 지역이라 민주당 후보에게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로 정권도 교체됐기 때문에 이광재의 도지사 도전은 무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계진 후보의 높은 지명도도 극복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반전됐다. 이광재 후보는 방송토론을 통해 강원도 곳곳의 문제들을 정확이 짚어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도민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방송토론 후 선거판세는 이광재 우세로 넘어갔다. 도민의 높은 기대감은 이광재 당선으로 이어졌다. 40대에 도백에 오른 것이다.

▲ 지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자신이 본거지인 원주와 평창에서 근소하게 앞섰을 뿐 도 전역에서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에게 패배했다.[강원도민일보 그래픽]
▲ 지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자신이 본거지인 원주와 평창에서 근소하게 앞섰을 뿐 도 전역에서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에게 패배했다.[강원도민일보 그래픽]

아다시피 이후 도지사직 상실과 정치활동 규제로 9년간의 낭인생활 얘기는 생략한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지역구를 중·고등학교를 나온 원주로 옮겨 다시 뱃지를 달았다. 3선 국회의원이 된 그는 지난 20대 대선에도 나서는가 하면 국회 외무통일위원장으로서 중앙 정치권에서의 존재감을 보이며 정치적 무게를 더하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당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책임지는 마음으로 출마했는지는 모르나, 다시 한번 강원도지사에 도전했다. 결과는 완패. 강경 보수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에게 자신이 본거지인 원주와 평창에서 근소하게 앞섰을 뿐 도 전역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시작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30대에 국회의원과 40대에 도백에 오른 화려한 경력의 이광재 후보와 재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전직 국회의원 김진태 후보가 맞붙었다. 노무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친노 핵심과 강경 보수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재선 국회의원이 겨룬 이번 선거는 사실 중앙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정치권도 0.73% 차이의 격전의 연장선에서 지선에 대응했다. 야당은 덩치만 컸지, 이광재 후보의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오히려 중앙당의 잡음이 이광재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이광재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일꾼론’을 내세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본거지에서 조차 외면받는 성적표다. 이를 단순히 빨간바람이 휩쓸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불과 2년전 자신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준 원주에서 김진태 후보에 불과 543표 앞서는데 그쳤다. 김진태 도지사 당선인이 춘천 출신임을 감안하면, 원주 유권자는 사실상 이광재 지지를 거둔 것이다.

오히려 ‘이광재 역풍’으로 인해 전체 강원도 선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가 태어난 평창과 정선은 어떤가. 평창은 김진태 후보에 268표 앞서는데 그쳤다. 평창군수 선거를 비롯 도의원, 군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완패했다.

이광재 바람을 기대했던 평창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어려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두 차례의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본거지 정선은 오히려 김진태 후보에게 197표 차이로 졌다. 정선 신동읍에서만 74표 차이로 이겼을 뿐이다.

▲ 6.1 지방선거 강원도 광역 및 기초단체장, 교육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이 싹쓸이 했다.그래픽/한규빛
▲ 6.1 지방선거 강원도 광역 및 기초단체장, 교육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이 싹쓸이 했다.그래픽/한규빛

새삼스럽게 이번 지선에 나타난 이광재 후보의 본거지 득표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그의 강원도 사랑과 관계없이 그를 향한 강원도민들의 태도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굴곡은 있었지만, 이광재라는 인물이 강원도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3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그의 정치적 행보는 강원도와 도민과 밀접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규제에 묶여있었던 시기에도 그의 영향력은 유지됐다. 이광재 지사에 이어 3선 지사를 역임한 최문순 도정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도 있다.

이광재. 이번 패배로 새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대선과 지선 패배로 소용돌이에 빠진 야당의 운명과 함께 이광재 자신의 운명 역시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이광재에 보인 강원도민의 표심 변화가 매우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자신을 향한 강원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한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강원도를 땀으로 적시겠다’ ‘강원도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그의 외침에 도민들은 어떤 답을 할까.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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