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난(蘭) 선물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승진과 전보 등 자리가 바뀔 때 으레 받는 것으로 인식된 난이지만, 제대로 키워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까다로운 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종류가 다양하고 재배 환경도 달라 보통 정성으로 살려내기가 만만치 않다. 누군가 난을 잘 키워 꽃을 피우기라도 한다면, 그 노력과 끈기에 감탄하게 된다.

사군자 중 하나인 난초는 은은한 향기와 기품 있는 모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중국의 시선 이백은 ‘풀이 되려거든 난초가 되고, 나무가 되려거든 솔이 되려무나. 난초는 그윽하여 향이 멀리 가고, 솔은 추워도 그 모습을 아니 바꾸나니’라는 시를 남겼다. 공자는 군자의 상징을 난초향에 비유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난초는 깊은 숲속에서 자라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향기를 풍기지 않는 일이 없고,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 데 있어서 곤궁함을 이유로 절개나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난초 그림에 자부심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추사는 아들 상우에게 보낸 편지에서 “난초를 치는 법은 또한 예서를 쓰는 법과 가까워서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있은 다음에야 얻을 수 있다”며 붓을 세 번 굴리는 데에 공력을 기울이라는 삼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난초는 시와 시조, 문인화 등 선비들이 즐겨 찾는 문학과 예술의 단골 소재다. 또한 중국의 대표적인 의서인 본초경에는 ‘난초를 기르면 집안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 주고, 잎을 달여 먹으면 해독이 되며, 오래도록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노화 현상이 없어진다’고 기록돼 또 다른 시각에서 난초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탄생하면서 난 선물이 줄을 잇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광역 자치단체장 당선자들에 축하난을 보내 화제가 됐다. 새 정부의 조각이 속속 이루어지면서 각 부처에도 배달이 이어질 것이다. 난(蘭)과 함께, 고귀한 군자 정신이 함께 전해지기를 바란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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