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전국 보건진료소장회 1부회장 고성 도원보건진료소장
김영남 전국 보건진료소장회 1부회장 고성 도원보건진료소장

아랫마을 어르신 가정방문 길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30분 후에 진료소에 들르시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그렇게 몇번을 왔다갔다 하고 나서야 잡무를 처리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19 선별근무 일정이 잡혀있는 주말에도, 그렇지 않은 주말에도 전화가 걸려 옵니다. 외로운 독거노인 혹은 우울증 환자가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시간을 잊은 채 또 상담을 요청합니다. 이렇듯 거동이 불편해 방문을 요구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쇠 어르신이 많아졌습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현실에 지역사회에서의 간호돌봄은 이렇듯 절실합니다. 따라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간호법이 필요합니다.

간호법의 취지는 고령화와 질병구조 변화에 따른 간호돌봄체계를 확립하고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 국민건강을 증진하는 것입니다. 1950년대 제정된 의료법은 이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입니다. 보건의료서비스는 분명 예방, 치료, 질병관리, 재활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현행 의료법은 ‘치료중심’으로 국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료를 위한 기관인 의료기관에 국한된 것입니다. 이제는 의료법안에 묶여있던 간호업무와 체계를 의료기관뿐만이 아닌 지역사회에도 적용하는 ‘간호돌봄’에 대한 간호법이 필요합니다.

올해 간호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인구가 이미 1000만명을 넘었고 2050년에는 3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누구도 고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고령화와 관련된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법에서도 질병·예방관리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만 적용된 간호사 업무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서 지역사회 전체에서의 간호역할을 잘 적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국가가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제대로 배치하는 데에 미진했기에 간호법은 보건의료자원을 양성하고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근간이라는 데에도 의의가 있습니다. 간호서비스의 질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보건의료서비스 현실은 더욱 세밀해지고 근접성이 중요해지는 데에 반해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법안에 묶여있는 간호인력들의 업무는 이를 감당해내기에 역부족입니다.

‘간호법’은 간호사법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가 더 질 좋은 보건의료서비스를 받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의료의 지역불균등은 여전하고 개선의 소지도 요원합니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이나 작은 공동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고 법체계를 고집하며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지독한 이기주의이자 현실을 외면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건강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의 요구입니다. 지역사회는 오늘도 간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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