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롱꽃
▲  초롱꽃

‘오고’ ‘간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며 권력 지형이 바뀌고 사람들의 삶에 부침이 거듭됩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사물은 바라보는 시점과 각도, 방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더러는 빛의 세기와 바람결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사람의 감정선이 그만큼 예민하다는 의미겠지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6월, 6·10 항쟁과 6·25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 앞에서 ‘보훈, 감사, 충성, 정의’의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눈치챘나요? 초롱꽃 얘기입니다. 6~7월에 꽃이 피는 초롱꽃은 ‘정의, 충성, 감사’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 현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꽃이 등장하지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개혁을 완결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라”는 뜻을 담아 ‘정의’라는 꽃말을 가진 초롱꽃을 전달했습니다. 조국, 추미애 장관에 이어 박 장관에게 주어진 ‘특명’이었던 셈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검수완박’과 함께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지요. 정권이 바뀌면서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과 시비의 대상입니다. ‘정의’라는 말이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초롱꽃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입니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지요. 금강산에서 ‘금강초롱’이 발견되면서 더욱 또렷이 기억된 이 꽃은 초롱꽃 금강초롱 설악초롱 섬초롱 등으로 분류되지만 색과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약리작용은 비슷하거나 같습니다. 한의학에선 자반풍령초(紫斑風領草), 행엽채(杏葉菜), 사삼(沙蔘) 등으로 칭하는데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로 인후염, 두통, 기관지 염증에 처방합니다.

2008년 끊긴 금강산 가는 길.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이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기만 합니다. 진전이 없었던 건 아니지요. 유라시아 철도의 시작인 남녘 끝에서 북으로 가는 노선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딥니다. 아직은 금강산 철길 따라 초롱꽃 만발한 어느 해의 6월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요. 언젠가는 남북이 ‘감사’의 의미로 초롱꽃 다발을 건넬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 초롱꽃에 ‘통일’의 꽃말을 더해야겠습니다.

▲ 강병로 전략국장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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