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풍파를 일으킨 격이 됐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다 논란과 눈총의 중심에 섰으니 한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강릉 경포해변 ‘야자수’ 얘기다. 강릉시가 올해 해안관광 중심 무대인 경포와 강문, 안목 일원에 모두 51그루의 야자수를 심었다. 이국적 풍치를 더해 힐링 비치의 매력을 배가하겠다는 의도다. 구입과 식재에 2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지난 봄에 심은 야자수들이 상당수 잎이 누렇게 변색되는 등 고사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나무 고장에 웬 야자수냐. 예산 낭비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경포에 처음으로 야자수를 심었을 때는 1500만원을 들여 임차 형식으로 활용했지만, 올해는 훨씬 많은 예산을 들여 아예 나무를 사서 심었기에 강릉시 녹지 관계자들로서는 더 부담스럽다.

강릉시 관계자는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야자수 시도 자체를 마냥 탓할 일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식물 생육 한계선이 해가 다르게 북상하면서 고랭지인 정선군 임계면의 배추밭이 대단위 사과 재배단지로 탈바꿈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다.

강릉시는 생육환경이 변하면서 야자수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 노지에서 키운 나무를 경포해변에 화분형으로 이식하다 보니 활착에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리증진제 등을 투여하면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행착오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무사안일, 복지부동보다는 면밀한 사전 검토에 전문가 자문을 더해 관광 매력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를 응원한다. 한반도 중·북부권에 속하는 경포에 ‘남국(南國)’의 상징 식물이 등장한 자체가 이채롭다. 덧붙여 도로 확장과 난개발, 무분별한 굴취로 거의 사라진 동해안 해변의 터줏대감, ‘해당화’를 되살리는 사업도 병행한다면 여름해변에 더 큰 선물이 되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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