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야구 꿈 접었던 故 임병철 할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생전 산책하다 주운 연습공 500개 원주고 야구부에 되돌려줘

▲ 임병철 할아버지가 생전 한 개 한 개 정성껏 모은 야구공. 공에는 고인의 이니셜인 ‘LBC’가 적혀있다.
▲ 임병철 할아버지가 생전 한 개 한 개 정성껏 모은 야구공. 공에는 고인의 이니셜인 ‘LBC’가 적혀있다.

원주고 야구부와 한 노부부의 애뜻한 인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故 임병철 할아버지와 박필희 할머니. 임병철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야구가 하고 싶었으나 ‘쌀 한 말’이 없어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젊은 날 고인이 가슴 한 켠에 품은 한은 미래의 프로선수를 꿈꾸며 구슬 땀을 흘리는 젊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치환됐다.
 

▲ 김덕윤 원주고 야구부 감독과 박필희 할머니
▲ 김덕윤 원주고 야구부 감독과 박필희 할머니

생전 원주 태장동에 살았던 고인은 틈틈히 산책을 하며 강가에 떨어진 야구공을 주웠고, 이를 학생들에게 돌려주고자 정성껏 닦아 다시 말리는 수고를 자처했다. 이렇게 모은 공이 어느덧 500여 개가 됐으나 안타깝게도 고인은 직접 원주고 야구부에 공을 전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결국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원주고 야구부와 만나야지, 햄버거 한 번 사줘야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 임병철 할아버지는 과거 야구가 하고 싶었으나 쌀 한 말이 부족해 야구를 하지 못했다.
▲ 임병철 할아버지는 과거 야구가 하고 싶었으나 쌀 한 말이 부족해 야구를 하지 못했다.

고인의 염원은 아내인 박필희 할머니가 이어 받았다. 지난 4월 원주고 야구부에 먼저 연락을 해 야구공을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할아버지의 염원이었던 ‘야구부 학생들에게 간식 사주기’도 마침내 이뤄졌다.

김덕윤 원주고 야구부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단지 야구공을 기증하고 싶으시다는 할머니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임병철 할아버지의 선물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반드시 원주고 야구부를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병철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지켜보실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염원에 보답드리겠다”고 했다.

원주고 야구부와 야구를 사랑한 어느 노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최근 유튜브의 한 채널에 동영상이 올라오며 SNS상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원주고 야구부에 새로운 역사로 기억되고 오래 간직될 할아버님의 소망”이라며 “따뜻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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