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된 ‘6·15 남북공동선언’의 5가지 조항 중 첫번째다. 또한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로 했다.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하자, 비행기 트랩 바로 앞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 있었다. 두 정상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다가 두손을 맞잡았다. 분단된 지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두 정상은 2박 3일 동안 10시간 이상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고,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6월은 남북 모두에게 깊은 상처가 있는 달이다. 1950년 6·25전쟁으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전쟁은 일시 멈췄지만, 공식적인 종전선언도 이뤄지지 못한 불안정한 평화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분단의 고착화를 불러왔고, 정전체제는 남북 간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갖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6·15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화해와 평화,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 회복과 자주적인 통일 지향이라는 평화의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이후 5차례의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도 크게 확대됐다. 김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계속됐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도 이어졌다.

오늘이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은 지 22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짙은 어둠 속이다. 미사일 발사는 계속되고 있고, 핵실험도 임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녕 적대와 냉전의 어둠을 걷어내고 평화의 신새벽은 오고 있는 것인가.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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