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절 청와대를 부르는 호칭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BH(Blue House)였다. 공직사회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관 등 외교가에서도 BH로 통했다. 기자들은 청와대를 그냥 ‘청’이라고도 하고 ‘와대’라고도 했다. 공개된 저녁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청와대를 호칭하는 것이 불편한 경우 ‘청’ 혹은 ‘와대’로 암호처럼 사용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간 후 기자들은 새 대통령실을 ‘용산 대통령실’이라고 표기해왔다. 그동안 새 대통령실 이름을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후보작에는 국민의집을 비롯해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가 올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새이름위원회는 14일 마라톤 회의를 열고 토론을 벌인 결과, 새 이름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후보작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을 득표한 명칭이 없었고 각각의 이름에 대한 비판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한번 정하면 오래 사용할 대통령 집무실 이름을 국민적 공감대를 우선해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언론에서 자주 등장했던 ‘용산 대통령실’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대통령실 공간 조성과 용산공원 완성 등 국민과의 소통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용산은 뒤로는 남산, 북악산, 북한산이, 앞으로는 한강 건너 저 멀리 관악산을 마주하고 있다. 1905년 러·일 전쟁 후 일본군,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군 주둔지였던 용산 일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면 서울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앞으로 ‘용산 대통령실’은 어떤 약칭으로 불릴까. 용산(龍山)의 영어식 표기인 DH(Dragon Hill)가 우선 손꼽힌다. 그냥 ‘용산’으로 두루 통할지도 모른다. 미군 주둔지에서 대통령실 이전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과 함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름이 DH든 용산이든 국민과 함께 국민의 나라를 재건하는 명실상부한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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