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희 횡성 안흥콩터 대표
무형문화유산 97호 명인 선정
30년 전통 장맛 지킨 공로 인정
1993년 횡성 강림 발효실 열어
홀로 안흥 생활하며 개발 매진
발효기간 습도 조절 냄새 없애
‘냄새없는 청국장’ 미식가 호응
연간 강원산콩 사용량 70가마
홈페이지 회원 6000명 정기 택배

송명희 청국장 명인은 청국장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콩의 원료를 전량 횡성을 비롯한 강원산 콩을 고집한다.
송명희 청국장 명인은 청국장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콩의 원료를 전량 횡성을 비롯한 강원산 콩을 고집한다.

국내 전통음식 중 세계가 인정한 ‘슈퍼푸드’가 있다. 바로 청국장이다. ‘자연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청국장은 콩으로 제조한 최고의 발효식품으로 꼽힌다. 몸에 유익한 3대 영양소와 미네랄, 비타민 그리고 유산균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치매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라고 알려지면서 효도선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효능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청국장 특유의 독특한 냄새 때문이다. 청국장의 ‘쾨쾨한’ 냄새가 미식가들에게는 구수한 고향의 맛으로 인식되지만 냄새에 예민한 상당수 어린아이들에게는 코를 막고 밥상을 뛰쳐 나가게 하는 음식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럼 청국장의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잡아내는 청국장은 없을까. 그 비법을 ‘대한민국 청국장 명인’ 송명희씨가 풀어냈다. 이른바 ‘냄새없는 청국장’. 송명희 명인의 ‘냄새없는 청국장의 제조비법’을 엿보기 위해 횡성 안흥을 찾아갔다.

청국장 명인 송명희씨가 강원산 콩으로 발효 제조한 싱싱한 청국장
청국장 명인 송명희씨가 강원산 콩으로 발효 제조한 싱싱한 청국장

■ 청국장명인의 청국장 비법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한국무형문화유산 제97호 명인으로 송명희(64) 횡성 안흥콩터 대표를 등재했다. ‘청국장’이라는 전통장류 분야에서 명인으로 등재되기는 극히 드문 사례이다. ‘청국장 아줌마’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지난 30여년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전통의 맛을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청국장 명인 송명희 대표의 청국장 비법은 냄새없는 청국장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송대표가 고집하는 청국장 비법의 첫번째 조건은 횡성을 비롯한 강원산 콩이다. 주로 청정자연환경에서 재배되는 쥐눈이콩과 백태를 가마솥에 8시간 가량 삶는다. 가급적 콩은 당일 씻어 사용한다. 콩의 종류와 물량, 제품에 따라 삶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삶은 콩은 볏짚에 광목 보자기를 씌운 광주리에 부은 뒤 발효실에 들어가 청국장으로의 변신을 준비한다.

뚝배기에 끓인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구수한 맛에 단백질 등 영양성분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뚝배기에 끓인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구수한 맛에 단백질 등 영양성분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국장의 냄새를 잡아주는 결정적인 비법은 발효기술이다. 송 대표는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발효비법에 대해 발효시간과 습도, 온도 등 3대요인을 강조했다. 일단 발효실 온도는 40도 내외를 유지해야 한다.

주로 약콩으로 불리는 쥐눈이콩은 떠먹는 청국장이나 생청국장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3일 가량의 발효시간이 필요하고 백태가 사용되는 찌개용 청국장은 최대 5일간 발효한다. 이 기간 습도 조절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것이 냄새없는 청국장을 만드는 숨은 노하우(know-how)이다. 송 대표는 이 과정을 2단계 발효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같은 발효과정은 더 진하고 구수한 청국장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발효를 마친 삶은 콩은 어느새 실타래처럼 하얗고 가느다란 글루타민산 진액으로 얽힌 생청국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청국장 명인의 정성으로 숙성된 청국장은 가정과 음식점에서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뚝배기에서 깊은 맛을 내는 재료로 제공된다.

횡성군 안흥면 소재 안흥콩터 장독대 풍경
횡성군 안흥면 소재 안흥콩터 장독대 풍경

■ 청국장 명인은 어떻게 명인이 됐을까

대한민국에서 ‘청국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명인은 단 2명이다. 그중 한명이 송명희 대표이다. 송 대표는 1993년 도시생활 중 우연한 기회에 횡성 강림 주말농장에 청국장 발효실을 차리게 되면서 청국장과의 깊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냄새나는 청국장을 만들어 먹기에는 부담이 큰 서울 한복판 아파트를 벗어나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청정자연환경 속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2001년 횡성 강림과 인접한 안흥으로 터를 옮긴 이후 더욱 즐겁게 청국장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2003년 ‘안흥콩터’라는 사업자 등록과 함께 ‘냄새없는 청국장’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당시 송씨는 서울에서 거주하는 남편과 중·고교생 자녀들과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홀로 횡성 안흥에서 생활하며 오로지 전통방식의 청국장 개발에 매진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청국장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며 “횡성에 조그만 발효실을 마련하고 직접 청국장을 만들게 됐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청국장 대중화의 가장 큰 흠이라고 할 수 있는 냄새를 잡아내는 발효조건을 찾기 위해 수 많은 실험을 해 봤다”며 “청국장을 워낙 좋아하는 남편과 지인들의 성원과 격려 덕분에 제품으로 내놓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횡성군 안흥면에 소재한 청국장 명인 송명희씨의 자가주택이자 청국장 발효공장 앞뜰 전경.
횡성군 안흥면에 소재한 청국장 명인 송명희씨의 자가주택이자 청국장 발효공장 앞뜰 전경.

송 대표는 이 같은 청국장의 저변확대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전국농업인홈페이지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선정 올해의 신지식인(농산물 가공분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안흥콩터에서 판매되는 청국장은 찌개용과 떠먹는 가루나 환류 청국장, 냄새없는 생청국장 등이 전량 온라인으로만 직거래되고 있다. 연간 강원산 콩사용량만 70가마에 이른다. 물량으로 5t정도다. 한창 사업에 주력할때는 연간 25t의 콩을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안흥콩터 홈페이지 회원이 6000여명에 달해 정기 택배주문물량이 밀려들고 있다. 전국 청국장 음식점 50여곳과 골프장 식당에도 공급되고 있다.

송씨는 “그동안 청국장 냄새로 인해 금기시되던 학교급식에 우리 청국장 제품이 당당히 식탁에 올랐을때를 잊을 수 없다”며 “온도와 습도, 발효시간 등 3가지 발효조건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청국장이야 말로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국장 명인으로서 우리 전통장류가 세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음식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제품연구와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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