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21세기 전염병’으로 불린다. 현대사회에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질병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재무 스트레스가 개인, 가정, 기업을 가리지 않고 세게 후려치고 있다.

재무 스트레스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온 경제전문가들은 압박 정도를 측정해내는 도구를 개발했다. ‘내 재무 상태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느껴진다’ ‘○년 후 나는 신용카드로 인한 부채가 없을 것이다’와 같은 질문으로 척도를 매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2년마다 금융이해력 조사를 벌이며, 국민 재무스트레스 예방 정도를 체크하고 있다. 이자와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 위험과 수익의 관계 등 금융에 대한 지식, 행동양식, 가치관을 알아보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3%를 가정해 친구에게 10만원을 빌려줬다가 다음날 돌려받았을 때 대출이자는 얼마인지? 수입으로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 때가 지난 1년 동안 어느 정도였는지? 따위의 열다섯 문항에 답하는 방식이다.

금융이해력이 높다고 한들 요즘 고유가를 필두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高)가 한꺼번에 몰아닥친 경제 파고에 어쩔 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고소득 전문직 상류층과 자산가, 규모의 경제에서 승자인 대기업을 제외한 중산층과 중규모 기업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이니 서민층 목소리는 매우 연약해 잘 들리지 않을 뿐 막막한 사정은 가늠되고도 남는다. 대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학업 성적’이나 ‘취업 장래’가 우선일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실상 경제적 문제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고(苦)에 시달리는 비명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기껏 내놓은 경제정책 대응이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인하가 핵심이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매월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고율의 빚을 갚아야돼 당장 현금 조달이 막막해 삶의 의욕이 꺾인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방안을 두겹 세겹 내놓아야 했다. 3고(高)를 초래한 것은 순전히 개인 탓이 아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라며 민중을 멸시했던 왕조시대 신분사회가 낳은 옛말을 찰떡같이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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