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평창국제평화영화제 내일 개막
개막작 ‘올가’ 감독 엘리 그라페
프랑스 출신 1994년생 첫 장편
칸 비평가주간 작가조합상 수상
우크라 출신 10대 체조선수 주연
전쟁 단초 유로마이단 혁명 배경
연대·폭력 사이 내적 갈등 그려
“평화 상징 도시에서 상영 영광
개인 꿈과 역사 사이 조화 질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오래전 시작됐다. 2014년 유로마이단 반정부 혁명시위가 전쟁의 단초다. 그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평화의 도시 평창에서 상영된다.

23일 개막하는 2022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 ‘올가’다.

1994년생, 스물 일곱의 청년 엘리 그라페(Elie Grappe·사진) 감독의 첫 장편으로 우크라이나 촬영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스위스로 국적을 옮겨 대표로 뛰게 된 체조선수 올가의 마음 속 갈등을 주축으로 유럽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감싸는 미묘한 정치적 관계도 조명한다. 국가와 개인, 연대와 폭력 사이에 놓인 10대 스포츠 선수의 내적 갈등을 보며 전쟁의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되돌아 볼 수 있다.

프랑스 출신 그라페 감독은 리옹국립음악원에서 클래식을 공부하다가 로잔 예술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올가’는 시나리오가 2020로카르노영화제에서 공개되며 제작까지 이어졌다. 2021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작가조합상을 수상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체조선수인 주연 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가 격전지 하르키우에서 최근 스위스로 피난한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는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통해 복잡한 국제외교를 푸는 장이 됐던 평창에서 상영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스위스에서 활동중인 그라페 감독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 2022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 ‘올가(Olga)’ 스틸컷
▲ 2022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 ‘올가(Olga)’ 스틸컷

-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 선정 소감은.

= “매우 영광이다. 스위스에서는 평창에 대해 ‘평화를 매우 잘 상징하는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올가’가 상영된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 유로마이단 혁명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실제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Anastasiia Budiashkina)를 주연으로 섭외한 배경도 궁금하다.

= “2015년 후반 발레에 대한 단편을 연출한 후 오케스트라에 대한 다큐를 공동연출하게 됐고 음악 아카데미 세계에 친숙해졌다. 유로마이단 시위 직전 스위스에 온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를 촬영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들려준 혁명에 대한 얘기, 혁명이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들으며 깊이 감명받았다. ‘올가’를 쓰면서 내 관심을 끈 다양한 패턴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았고, 10대의 열정과 몸의 움직임, 개인과 집단의 문제가 충돌하는 것에 대해 촬영하게 됐다. 아나스타샤는 2016년 베른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십에 우크라이나 주니어팀으로 출전했을때 처음 봤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올림픽 센터로 가서 다시 만났는데 집중력 있고 강렬한 모습에 매우 감명받았다. 그가 이 영화가 가진 감정의 핵심이다.”


-영화를 통해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여러 곳으로 찢어진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여주인공을 통해 ‘망명’에 대해 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 꿈과 역사의 흐름 사이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는 실제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하르키우에서 스위스로 피난해 훈련하고 있다.
▲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는 실제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하르키우에서 스위스로 피난해 훈련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올가’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 후 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다만 영화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기금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예를 들면 전쟁은 올해가 아니라 2014년에 시작됐다는 점 등 매우 명확한 역사와 정치적 맥락 등에서 말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키이우에 머물렀다고 들었다. 동료 안전이 매우 걱정될 것 같은데 근황은 어떤가.

= “그렇다. 매우 걱정된다. 아나스타샤의 경우 하르키우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3월 말부터 스위스에 머물고 있어 지금은 안전하다. 하지만 많은 동료들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있다.”

▲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는 실제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하르키우에서 스위스로 피난해 훈련하고 있다.
▲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나스타샤 부디아쉬키나는 실제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하르키우에서 스위스로 피난해 훈련하고 있다.

-전쟁상황이 닥쳤을 때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 “내가 전쟁을 겪고 있지 않으니 누군가를 대신해서 말할 수 있지 않다. 다만 시각예술가부터 배우, 음악과 영화인 등 힘든 시기에도 나라의 정체성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스위스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영화 뒷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장면인지 먼저 밝히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한 장면 중 하나는 액션이다. 다른 장면은 3시간에 촬영을 마쳤는데 40초의 이 액션 씬을 위해서는 이틀밤을 꼬박 샜다. 촬영팀 규모도 3배 컸다. 프로답고 신뢰가는 팀과 일하는 경험이 매우 즐거웠다.”


-영화감독으로서 코로나19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

=“코로나19로 인해 작업을 멈췄을때 우리 팀에는 아직 3주의 촬영기간이 남아있었다. 실제 유러피안 챔피언십 대회 기간에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 활동이 제한된 기간 첫 5주는 편집에 전념했고 챔피언십 부분을 재구성했다. 특수 효과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것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요즘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다음 프로젝트에서 초점 둘 주제는.

=“완전히 다른 지리학적, 역사학적 맥락의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 영화의 배경은 1934년 프랑스의 섬이 될 것이다. 감옥에서 나온 수많은 10대들의 이야기다.”

-평창의 관객들이 ‘올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으면 하나. 관객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 “평창의 관객 분들과 ‘올가’가 공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영화를 본 후 우크라이나 상황을 다시 되새겨보며 최대한 많은 지지를 보내주시리라 생각한다. 영화제 현장에서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된 점이 매우 아쉽지만 언젠가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즐거운 관람 되시기를 바라며, 모든 분들께 사랑을 보낸다.”

진행·정리/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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