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 ‘여행의 달’ 변질
전국서 도내에만 호국원 없어
유공자 “의미 잃은 명패 떼버렸다”

같은 민족끼리 총 끝을 겨눠야 했던 6·25 전쟁이 일어난지 72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른데다 시대 변화로 참전용사들과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존중과 예우도 기존과는 달라지고 있다.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국민의 애국심을 높이기 위해 유공자 등의 집에 부착하는 명패 역시 최근들어 택배 배송으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유공자들의 가정을 직접 찾아갔지만 생존해 있는 유공자 규모가 점차 줄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 등이 겹치면서 택배 배송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자체 수령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서부보훈지청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대상으로 택배로 명패를 보내고 있다.

서부보훈지청 관계자는 “코로나 19 여파로 부착을 거부하시거나 택배로 요청하시는 유족들이 있어 수령 방식 조사 후에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등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호국보훈의 달은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던 시민들에게는 관광을 위한 여행의 달로 변했다. 각 지자체들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지만 나들이객을 우선으로 한 관광 프로젝트가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6월을 ‘강원도 여행의 달’로 정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증가한 관광수요를 강원도로 흡수, 지역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과 특성상 관광객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다보니 여행의 달 지정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크게 고려하지 못했다”며 “전 정부 정책 차원에서 6월쯤 숙박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시점에 맞추어 여행의 달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 했던 호국원 설립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현재 도내 거주하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는 1만8000명이지만 전국 유일하게 호국원이 없다. 오는 2028년 조성을 목표하고 있어 완공까지 고령의 유공자들은 타 지역에 묻혀야 한다.

시대가 변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참전유공자들은 섭섭함을 감출 수 없다. 진성균 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장은 “그동안은 코로나19가 6·25에 대한 관심이 흐려지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됐지만 이제는 방역 수칙도 완화돼 국민적인 관심이 줄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가유공자 명패 또한 자랑스러운 마음에 달아놨지만 주민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실질적인 예우가 없는 상황에서의 명패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떼버렸다”고 말했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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