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까지 택시 합승은 흔한 일상이었다. 시민들도 대중교통의 당연한 형태로 받아들였다. 5명이 탈 수 있는 택시가 손님 한명만 태우고 운행하는 것이 낭비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서울에서 지역으로 오는 택시는, 손님 1명이 타는 경우가 드물었다. 상봉동과 동서울터미널에는 4명을 채울 때까지 손님을 기다리기 일쑤였다. 시외버스가 끊긴 늦은 시간엔 궁여지책으로 귀가하는 방법이었다. 요금을 분담해 지방까지 장거리로 이동하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합승이 보편화되면서 여러가지 풍속도도 생겼다. 터미널마다 손님들이 기사와 가격 흥정을 벌이느라 언성을 높였고, 일명 ‘총알택시’가 등장해 속도와 신호를 무시하고 난폭운전을 했다. 오지랖 넓은 손님들은 낯선 동승자에 말을 걸어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때론 오랜만에 동창생 등 지인을 만나는 반가운 풍경도 연출됐지만, 매너가 안 좋은 승객끼리 시비가 붙는 일도 적지 않았다. 만취한 손님이라도 타면, 여성들은 불편스러운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1982년부터 금지됐던 택시 합승이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합승 서비스를 통해 심야 택시대란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시행하고 있는 합승은, 기사가 임의대로 결정하지 않고 택시 앱을 통한 영업만 가능하다. 하지만 차종에 따라 남·여 탑승이 제한되고, 상대방의 탑승 시점과 좌석 정보도 공유해 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비용보다는 편안함과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영업을 하는 기사들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불미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안고 운행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약 40년 만에 부활한 택시 합승이 어떻게 뿌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정책이라도, 이용자들의 정서와 배치된다면 안착할 수 없다. 택시 합승이 옛 추억으로 머무를지, 대중교통의 문화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승객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수영 논설위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