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발굴된 횡성 출신 고 박순홍 하사의 전쟁스토리
갱지에 빼곡히 기록한 낡은 일기장 원본 희귀자료
KBS ‘TV쇼 진품명품’ 26일 방송예정

▲ 고 박순홍 하사가 한국전쟁 기간 갱지에 기록한 진중일기 원본.(1951년 7월3~5일)
▲ 고 박순홍 하사가 한국전쟁 기간 갱지에 기록한 진중일기 원본.(1951년 7월3~5일)

한국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과 전우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기록한 진중일기가 25일 6·25한국전쟁 기념일을 맞아 70년만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1950년 5월 열아홉살에 횡성 고향 처녀와 결혼한지 한달여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투경찰 신분으로 참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고 박순홍 하사(1931~2004)의 전쟁스토리가 유족과 본지를 통해 전해지면서 그가 기록한 낡은 일기장 원본의 가치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고인이 남긴 일기는 미군부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갱지에 만년필로 빼곡히 써내려갔다. 기록은 미해병대와 연합작전을 수행한 1951년 4월 29일부터 10월 10일과 군인 신병훈련기간인 1952년10월7일부터 12월 25일 사이에 적과 대치했던 긴장감 감도는 하루일과와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차분한 문구로 남겼다. 또 한국전쟁 휴전 이후인 1955년 5월 4일~6월3일 백두산부대(21사단 65연대 1대대)에서 근무할 당시 동료 장병들과의 진한 전우애와 고향생각을 담은 병영일기도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전해졌다. 경찰 신분으로 참전할 당시 고인은 낡은 일기장에 적과의 교전상황을 자주 기록했다.

▲ 고 박순홍 하사가 한국전쟁 기간 갱지에 기록한 진중일기 원본.(1951년 5월27~28일)
▲ 고 박순홍 하사가 한국전쟁 기간 갱지에 기록한 진중일기 원본.(1951년 5월27~28일)

1951년 5월 7일 화요일 晴天(맑음)

하늘을 집을 삼아 밤을 새우고 나니 매우 고달팠다. 보급이 되지 않아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과자만 조금 먹었다. 정찰지에서 더 전방으로 수색을 가게 되어 30분 가량 가서 점심 때가 되어 9명이 민가에서 조금씩 얻어먹었다.

1951년 5월 27일 월요일 雨天(비)

용감하게 달리는 우리 부대는 단기간 내에 백두산 상봉에 태극기를 날릴 것 같았다. 어느덧 38선을 넘었다. 이와 같이 전진하는 것을 알면 고향에 계신 부모형제가 기뻐하겠지.

1951년 5월 30일 목요일 雨天(비)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만 부슬부슬 내리면 고향의 추억이 그리워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도 고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아~적 보다도 비가 원수로 구나. 우의(雨衣)가 흠뻑 젖어서 몸이 떨린다.

고인은 전쟁기간인 1952년 10월 군에 징집돼 제주도 제1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았다. 당시 신병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장에 배치되기 전 유서를 쓰고 손톱을 유품으로 잘라 보관해야 했던 긴박하고 애잔한 전쟁터의 상황도 기록했다.

▲ 고 박순홍 하사 군복무 시절.
▲ 고 박순홍 하사 군복무 시절.

1952년 11월 1일 토요일 晴天(맑음)

오전 중에 대기하고 있다가 오후 1시에 입대식을 거행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유서를 쓰고 손톱, 발톱, 머리를 잘라서 봉투에 넣었다. 밤이 되어 취침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노병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에도 최전방 부대에서 육군 하사로 군복무를 마치고 1957년 4월 인제경찰서에 복직한 데 이어 1962년 3월 드디어 고향 횡성경찰서로 옮겨 1985년 2월 정년퇴직까지 경찰에 봉직했다. 그리고 총탄과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은 노병은 2004년 5월 암투병 끝에 소천했다. 그의 진중일기는 세상을 떠난지 18년만에 유족에 의해 발굴됐다. 고인이 일기를 쓴지 71년만이다. 고인의 아들 정래씨가 정리한 ‘박순홍 하사-6·25진중일기(1951~1955)’는 최근 일기 원본과 함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자녀들의 편지글을 모아 발간돼 한국전쟁의 참상을 후손들에게 알리는 소중한 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고 박순홍 하사 군복무 시절.
▲ 고 박순홍 하사 군복무 시절.

박순홍 하사의 진중일기는 26일 오전11시 KBS1 ‘TV쇼 진품명품’에 소개될 예정이어서 사료적 가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기대되고 있다.

박정래씨는 “박순홍 하사의 진중일기는 전쟁 지휘부의 기록은 아니지만 전투 현장에서 참전용사들이 느끼는 감회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며 “6·25기념일을 맞아 아버님은 물론 모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평화의 별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전사임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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