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위스 영화 ‘더 팸’ 배우
실제 아동보호소 원장·청소년 출신
베를린영화제 수상작 국내 첫 소개

영화 ‘더팸’의 배우 클라우디아 그롭
영화 ‘더팸’의 배우 클라우디아 그롭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국제장편경쟁작 중 하나인 프레드 베일리프 감독의 영화 ‘더 팸(The Fam)’ 속 아이들은 서로를 ‘팸’이라 부른다. 가족 ‘family’의 약칭이다. 스위스의 한 청소년보호시설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개인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대상, 지포니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스위스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국내 첫 상영됐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실제 사회복지사와 청소년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원장역의 클라우디아 그롭은 영화가 촬영된 보호시설에서 30여년간 일하다 은퇴한 복지전문가, 오드리 역의 아나이스 울드리는 이 시설 출신이다. 지난 24일 영화제 현장에서 두 배우를 만나 영화의 의미와 아동복지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를 말하는 영화제에 온 소감은.

△클라우디아 그롭(이하 그롭)= “사회복지 종사자로 평생 일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전해 듣고, 그 고통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이는 곧 나 스스로 역시 평화를 찾고, 함께 평화를 만들고, 또다시 남에게 평화를 전달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화를 주제로 한 영화제에 소개된 것이 더욱 뜻깊다.”

-실제 시설을 배경으로 복지사와 청소년들이 배우로 나섰다. 이야기는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했나.

△그롭= “감독의 연출의도에 따라 실제 겪고 들은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진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재하지 않는 극영화다.”

△아나이스 울드리(이하 울드리)= “진짜 이야기가 아니지만 직접 표현하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영화 촬영 전 감독과 1대1 면담을 했다. 각자가 실제로 겪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이 영화에 녹일 수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촬영 당시 등장인물 모두에게 상황만 주어졌을 뿐, 대사들은 100% 즉흥적으로 했다.”

아나이스 울드리가 평창 어울마당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본지와의 별도 인터뷰 모습.
아나이스 울드리가 평창 어울마당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본지와의 별도 인터뷰 모습.

- 촬영에 임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그롭= “30여년 일하며 사회가 애써 외면하려 하는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와 함께 살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은 시설로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평균보다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스템이 아이들 스스로 열등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다름’이 ‘못남’이 아니라는 것을 말을 통하지 않고도 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예술, 영화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응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영화에 담기길 바랐다.”

△울드리= “극중 인물들은 건방지고 입이 험한 이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한번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됐을까?’, ‘내가 만약 저런 환경에 있었다면, 저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으면 한다. 관객 스스로를 각 인물들의 관점에 대입해보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아동학대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복지분야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로서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롭= “세계 어디나 아동학대가 있다. 문제의 본질은 ‘세대로 이어지는 대물림’이다. 학대피해 아동이 시설로 옮겨지면 낙인 찍혀 살아간다.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데만 10년 걸린다. 청소년기 내내 상처를 갖고 자라는 셈이다. 제네바시에 미취학 피해아동과 가해 부모를 함께 관리하는 시설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었지만 수년만에 돌아온 답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당장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부모교육이 뒤따라야 해결가능하다.”

진행·정리/김여진·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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