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앞 하자 핑계로 수확 미뤄
잔금없이 산지 폐기 책임 떠밀어
지역피해농가 180곳 ‘대책 시급’

▲ 횡성군 안흥면 소재 양상추 재배농민이 지난 24일 수확철을 넘겨 썩어가고 있는 양상추를 보여주며 피해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박창현
▲ 횡성군 안흥면 소재 양상추 재배농민이 지난 24일 수확철을 넘겨 썩어가고 있는 양상추를 보여주며 피해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박창현

국내 최대 양상추 재배면적을 지닌 횡성지역 농가들이 최근 양상추 가격폭락에 이은 중간유통상의 횡포로 수확조차 하지 못한 채 밭 전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횡성군 안흥면 소재 1만8000여㎡ 규모의 양상추 밭. 농업인 윤충훈(63) 씨는 이달 중순 수확철을 훌쩍 넘긴 채 검갈색으로 썩어가는 양상추 밭을 안타깝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윤씨는 “지난 2월말 중간유통업자와 이른바 양상추 밭떼기 계약을 맺고 봄부터 잘 길러 이달중 출하만 남겨둔 상태였는데 영문도 없이 유통업자가 수확을 미뤘다”며 “어느 해보다 질병도 없이 품질도 좋았는데 하자를 핑계삼아 수확 시기를 넘겨 결국 무더운 날씨에 모두 썩어버렸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윤씨는 계약 당시 한마지기(661㎡·200평)당 100만원씩 모두 2200여만원에 계약하고 이중 계약금으로 20%만 받고 수확 이후 잔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윤씨는 중간유통상의 횡포로 잔금을 한푼도 챙기지 못할 처지에 놓인 데다 울며겨자먹기로 산지 폐기처분까지 직접 부담해야 할 이중고를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확작업을 책임지기로 한 중간유통업자의 ‘나몰라라’ 거래로 윤씨와 같은 피해를 겪는 횡성 지역내 양상추 농가는 18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간유통상의 횡포는 양상추가격이 예년의 경우 8㎏ 한상자 기준 2만원대에 달했지만 최근 2000~3000원대로 폭락하자 수확을 포기한채 농가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피해를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양상추 도매가는 ㎏당 991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551원)에 비해 40%가량 떨어졌다.

횡성지역 출하량은 전국 전체량의 58% 가량을 차지한다.

농협관계자는 “양상추 가격등락에 따라 전국적으로 재배량이 월등히 많은 횡성지역 농가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유통상의 횡포에 대한 실태파악 후 적절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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