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배 강릉본사 취재국장

소금강(小金剛).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1970년 우리나라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된 소금강은 금강산의 자태만큼 빼어난 곳으로 천혜의 자연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강릉시 연곡면 산삼리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소금강은 현재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1980∼90년대만 해도 소금강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강릉에서 7번 버스를 타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신작로 길을 1시간은 족히 넘게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버스는 1시간에 1대쯤 있었으며 버스가 신작로 길을 지나가면 먼지가 뿌옇게 뒤따라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런 버스를 피해 길옆에 선 사람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스 꽁무니를 앙칼진 눈으로 한참 쏘아 봤다.

버스 안에는 청바지 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많았고 배낭은 버스 뒷켠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런 버스를 중간에 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름철 소금강으로 가는 버스가 연곡해수욕장을 경유하기도 해 외지 사람들은 소금강이 말 그대로 강(江)인 줄 알고 튜브를 들고 타기도 했다. 소금강으로 향하는 버스는 늘 사람들로 꽉 차 있었으며 버스 안내양은 배낭에 끼어 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산행은 만물상과 백운대, 노인봉 등으로 이어졌고, 노인봉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등산객들도 즐비했다.

높은 산줄기에 숨겨진 깊은 계곡에는 거대한 암반과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어 자연보석이 박힌 듯하고, 물이 바위를 뚫어 ‘시간의 예술’을 마주할 수 있는 구룡폭포는 물 썰매라도 타고 싶어진다.

소금강 등산의 백미는 하산한 뒤 계곡 옆에 늘어선 40여개 상가에 들러 막걸리에 도토리묵, 녹두전, 파전, 산채비빔밥 등을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잔 씩들 마신 버스 안은 산을 오를 때 분위기와 사뭇 달리 모두 피곤해 의자는 물론 버스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잠을 잤다. 그런 버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오갔다. 연간 관광객들이 20만∼30만명씩 됐다.

그런 소금강이 요즘 사람 구경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절해고도(絶海孤島)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적막강산을 한탄하고 있다. 소금강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2019년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집단시설지구 정비사업 이후 더욱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금강 입구부터 계곡 일대에 진을 친 상가들이 철거되고 번듯한 현대식 상가 14동이 신축됐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예전만 같지 못하다. 왠지 계곡 옆에 허름하게 늘어서 있던 옛 상가와 분위기가 달라 관광객들이 그 흔한 막걸리 한잔을 걸치지 않는다. 더욱이 입구 주차장에는 요금징수 바리게이트가 가로막아 관광객들의 산행 첫발부터 발목 잡는 분위기다. 소금강 등산을 하려면 2∼4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요금이 만만치 않다. 주차장 사용료는 경형과 중소형 등 차종에 따라 기본(최초 1시간) 500원∼1100원이다. 또 1시간 후 10분당 100원∼300원의 가산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4시간이면 7000∼8000원이 훌쩍 넘는다. 현지 주민들은 주차요금을 별도로 내면서까지 등산을 하기란 쉽지 않다며 무료개방 등 상경기 활성화 대책을 바라고 있다.

소금강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이름이 비슷한 원주 소금산은 요즘 인기 절정이다. 산 정상 부근에 200m가량의 출렁다리와 400m가량의 울렁다리, 스릴 넘치는 잔도 등이 갖춰진 소금산은 챌린지 성격의 재미를 선사해 하루 수천명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직 정상에는 물 한병 살 편의시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앞사람 발만 보고 산 정상을 오를 정도로 ‘핫플레이스’이다.

명산 소금강의 현실을 보면서 소금산이 생각나는 건 단순히 이름이 비슷해서가 아니다. 보배를 가지고 있어도 귀한 줄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주차장 유상임대, 소금강 야영장 운영기간 연장 등 여러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소금강이 보고 싶어 가슴이 출렁이게 만들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자체의 깊은 고민을 간곡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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