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출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일컬을 때 흔히 쓰는 말이 있다. ‘백미(白眉)’이다. 저 유명한 삼국지(三國志)의 촉지(蜀志) 마량전(馬良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비가 형주(荊州)를 얻어 다스리면서 널리 인재를 구할 때 마씨 성 다섯 형제가 모두 재주가 남달랐는데, 사람들이 이르기를 그중에서도 ‘흰 눈썹’을 가진 마량의 재주가 특히 뛰어나다고 해 중히 썼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흰 눈썹이나 얼굴에 난 흰털은 관상학적으로도 성공과 장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관이 있어도 능히 극복하고 성공하거나, 큰 병치레 없이 장수할 수 있는 길상을 의미한다고 해 뽑지 말고, 너무 길면 다듬는 정도로 관리하도록 권하고 있다.

세시풍속에서도 흰 눈썹은 유별난 재미를 선물한다. 새해를 맞는 섣달 그믐밤에 잠자지 않고 지새는 것을 수세(守歲)라고 하는데,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해서 쏟아지는 잠을 쫓느라 애쓰고, 잠든 형제의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하얗게 만드는 장난을 친 추억 하나쯤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흰 눈썹은 지난 대선 기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일 당시 진행된 TV 토론에서 눈썹 옆에 흰털 한가닥이 길게 나온 것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두고 인위적으로 붙였다는 공세가 제기된 반면, 자연스럽게 난 털이 자란 것일 뿐인데, 지나친 시비라는 반론이 맞서기도 했다. 또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는 안철수 후보의 짙은 눈썹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안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눈썹이 굉장히 짙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숱은 그대로인데 자꾸 흰 눈썹이 생겨 눈썹 전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서 눈썹 염색을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최근 별세한 강릉 출신 조순(趙淳) 전 부총리도 흰 눈썹으로 유명했다. 길고 짙은 하얀 눈썹이 유난히 돋보여 강직한 성품과 함께 ‘포청천’, ‘산신령’이라는 별호로 불렸다. 자타공인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 ‘조순 학파’를 이룰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강릉이 배출한 ‘백미’라고 하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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