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두께가
켜켜히 쌓인 돌담
세찬바람 소나기처럼
쓸고 지나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곳
푸른 별빛이
눈동자되어 반짝인다
처마 밑 그늘아래
마주친 길냥이가
정처없는 발걸음 따라
낮은 포복으로
동행을 한다
언제였던가 고향을
그리워 한 적이
낯설어진 길목마다
우뚝 선 아파트
논길 옆 맑은 시냇물
물길따라 올라왔다
잡혀버린 붕어 한 마리
밀밭길 따라가며
이삭을 훑어 먹던
배고픈 아이들의
가난한 웃음은
뜨거운 여름하늘
잠자리날개에 실려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