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초임 기자시절 기억이다. 모 군청의 출입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50대 선배와 나란히 기자실을 이용했다. 퇴근 무렵 선배는 한 방송사가 내보내는 동물의 세계를 다룬 프로그램을 애청했다.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를 보며 선배는 “인생이나 동물 세계나 똑같다”고 했다.

당시 TV에 가끔 등장했던 주인공 가운데 하나가 아프리카들개였다. 이들은 아프리카들개속의 유일종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갯과동물인데 개속의 동물들과는 발가락 수와 치아 배열이 달라서 구분된다고 한다. 현재는 멸종 위기종으로 완전히 다 자란 성체는 모두 14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새끼를 낳으면 암컷은 90일 동안 굴에서 새끼들과 머물고 다른 동료들이 사냥을 해 먹잇감을 제공하는 등 사회생활을 한다.

미국 워싱턴대 브리아나 아브람스 교수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아프리카들개 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 간 아프리카들개가 새끼를 낳은 시기가 22일이나 늦춰졌다”고 밝혔다. 이유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연구진은 보츠와나 육식동물보존협회와 공동으로 1989년부터 2020년까지 보츠와나 북부에 사는 아프리카들개 예순 무리를 관찰했다. 가장 시원한 겨울날에 대를 이어 가는데 1990년에는 5월 20일 새끼를 낳더니 2020년에는 22일이나 늦은 6월 12일 낳았다고 한다. 이 기간 일일 최고 기온은 1.6도 상승했고 연중 최고 기온은 3.8도 올랐다. 결국 온난화가 아프리카들개의 번식 주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는 온난화에 따른 대형 육식동물의 생활주기 변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년 전 TV 영상을 통해 만났던 아프리카들개들도 지구 온난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세상에 동물의 세계를 통해 인생을 논하시던 노선배는 안녕하신지.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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