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2일 개막
23일까지 역대 최장·최대규모
‘마스크’ 주제로 18회 메인공연
바로크·현대음악 등 구성 다채
해외 아티스트 참가 대폭 늘어
오케스트라·실내악 교육 진행

무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비대면의 일상을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지만 어디를 가도 더울 것 같기에 밖으로 나가기 두렵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가를 가고 싶다면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추천한다. 대관령 고원 지대에서 부는 쾌적한 바람을 머금고 별다른 걱정없이 음악회장에 들어서면 된다. 비가 와도 괜찮다. 클래식 선율과 함께 알펜시아 뮤직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색다른 감성을 안겨줄 것이다.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예술감독 손열음)가 7월 2일 개막, 23일까지 평창 알펜시아를 비롯해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주제는 ‘마스크(MASK)’.

생명과 직결되는 오브제를 활용해 얼굴을 가리는 행위, 인격, 가면 등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손열음 예술감독의 기획은 바로크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음악적 구성의 시도, 인문학적 역량까지 포함된다. 오케스트라 대신 실내악으로 꾸민 개·폐막 무대,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진행하는 플레이 디렉트(play-direct), 모차르트 협주곡으로만 꾸민 공연 등 다양한 형식의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다.

마스크와 관련된 곡도 만날 수 있다. 2일 개막무대에 오르는 손열음 감독은 첼로 김두민, 플루트 조성현과 함께 지난 2월 별세한 작곡가 조지 크럼의 ‘마스크를 쓴 세 명의 연주자를 위한 고래의 노래’를, 16일에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의 지휘로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을 연주한다.

올해 음악제는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메인콘서트 18회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 스페셜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5회 등 역대 최장기간, 최대규모로 구성된다. 음악제 기간 5개의 연중기획 시리즈도 함께 진행된다.

해외 연주자 구성도 탄탄하다. 개막 무대를 장식하는 모딜리아니 콰르텟을 비롯해 피아노 알렉산더 멜니코프·알레시오 백스, 바이올린 다이신 카시모토, 트리오 반더러, 플루트 안드레아 리버크네히트·마트베이 데민·바순 닥 옌센, 지휘자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 등이 올해 처음 음악제를 방문한다.

‘시와 음악의 밤’ 공연에서는 7일 철원 출신 소프라노 임선혜가 알렉산더 멜니코프와 호흡을 맞추고, 8일 정선 출신 소프라노 홍혜란·최원휘 테너가 손열음 피아니스트와 슈만의 곡을 선보인다. 가곡만으로 꾸민 여름음악제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올해 초 별세한 르제프스키의 ‘대지에’(2일)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트럼펫 협주곡’(15일)은 국내 초연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초기 모델은 미국 아스펜음악제다. 매년 여름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와 음악학교를 통해 예술가들은 음악적 성장을 이루고 폐광촌 또한 세계적 휴양도시로 발돋움 했다.

손열음 예술감독의 최근 행보는 3개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제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전매 특허’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강화해 페스티벌 스트링즈, 페스티벌 바로크 앙상블을 새롭게 선보인다. 음악제를 다양한 음악가들이 모일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성한다는 기획이다.

코로나19로 그간 축소 운영되던 음악학교도 대폭 확장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마스터 클래스와 함께 실내악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참여 학생들은 페스티벌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실내악 아카데미 수료생도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연주 기회를 갖는다.

평창 방문이 어렵다면 무료로 진행되는 5번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해답이다. 동해, 평창, 강릉, 춘천, 정선에서 진행되며 레오나드 엘셴브로이히·손열음 듀오, 트리오 반더러, 시몬트릅체스키·마케도니시모, 안드레아 리버크네히트·닥 옌센·문정재가 연주자로 나선다. 내년 20주년을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코로나19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내 클래식 축제의 방향을 제시해왔다. 손열음 예술감독의 다섯 번째 음악제는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로의 도약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의 ‘아스펜’이나 ‘루체른’이 아닌, 강원도의 ‘평창’은 올해도 음악이 흐른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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