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간지풍은 양양군과 간성군(현재 남한 고성군) 사이 미시령으로 넘어오는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 강원 영동지역과 경북 동해안(울진, 삼척)으로 부는 푄현상의 바람 가운데 유난히 강해 옛날부터 부른 이름이다. 근래에도 시인들은 “속초 바람” 또는 “미시령 바람”이라는 시구로 그 위력을 표현하고 있다.

양간지풍이 유독 강한 이유는 경기도에서부터 미시령까지가 개활지이어서 주풍(走風) 방향에 가로막는 산이 없기 때문이다. 바람이 저항을 받지 않고 미시령을 넘으면서 가속도가 붙어 옛 양양군이었던 속초시와 강현면, 간성군 관할이었던 토성면과 죽왕면 어간에 엄청난 위력으로 분다.

간성 현감을 지낸 이식은 그의 저서 ‘수성지’에서 “양간지풍과 통고지설(통천군과 현재 북한의 고성군 사이에 내리는 눈)은 말로서 설명할 수 없다(襄杆之風, 通高之雪, 一口之難說)”고 기록하고 있다.

통천, 고성 지방에 눈이 많이 오는 이유는 겨울이 끝날 무렵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 오호츠크해 습기가 많은 공기가 함경남북도 해안을 따라 내려오다가 원산만에서 지형이 90도 바뀌자 주풍방향인 통천, 고성 지방에 많은 눈을 쏟아붓게 되는 것이다.

현재 남한 고성군이 고려 때는 수성군 관할, 조선 500년 동안은 간성군 관할이었던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양강(양양·강릉)지풍’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매스컴에서도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푄현상의 바람과 양간지풍을 혼돈해 지난 울진·삼척 산불 당시 양간지풍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원래 푄현상이라는 용어는 지중해의 습한 공기가 알프스 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진 바람이 독일 쪽으로 강하게 부는 현상에서 생긴 말로 우리나라 태백산맥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산맥에 나타나고 있다.

봄철 우리나라 태백산맥(백두대간)을 넘어오는 푄현상의 강풍을 양간지풍과 구별하기 위해 ‘백두월풍’이라고 풍명을 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상청에 건의서를 보냈다. 김봉연 속초 경우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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