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 있더라도
초기자본, 운영·시설자금
확보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불가
그만큼 청년창업에 가장 필요한 지원일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이는 시작을 위한
기초적 지원에 해당한다

▲ 윤한 소양하다 대표
▲ 윤한 소양하다 대표

얼마 전, 즐겨찾는 OTT 사이트에서 SF 드라마 한 시리즈를 보았다. 모처럼 쉬어가던 일요일을 달래기에 스토리가 꽤 흥미로워 보였다. 호텔 방의 문을 열고 닫으면 리셋이 되고 방 안에 있던 사물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어떻게 보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미스터리물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인물들이 가진 오브제에 특별한 초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야기가 고조될수록 느낀 점은 지금의 내 상황,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난관의) 세계가 펼쳐지는 지역의 청년창업가 일상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왜?”라고 혼잣말을 하면 팀원들은 “왜왜, 뭐가, 무엇이, 또? 설마?”가 연달아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왜”에는 수백가지 뜻이 담겨있다. ‘왜(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인가)’, ‘왜(나는 이 지점을 놓쳤던 것인가)’, ‘왜(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인가)’, ‘왜(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가)’ 등 매일 새롭고 다양한 문제에 봉착한다. 창업영역은 고민과 실험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시도를 같이 고민하고 물어볼 수 있는 창구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는 취업난의 대안으로 청년 창업지원 정책을 대폭 확대해왔다. 중앙에서 이러한 흐름을 잡고 지원의 틀을 마련했다면,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내지 청년의 인구유출 방지 등의 목적으로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대표적으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G-스타트업 청년창업 지원, 강원 로컬벤처기업 지원,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 등 초기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자금 및 사업화, 분야별 전문교육, 인건비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창업자가 아닌 예비 청년 창업가 대상의 지원사업은 대부분 사업화를 위한 자금조달 지원비중이 높고, 결과보고와 동시에 ‘사업자등록’에 목표를 둔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을 성과로 볼 수 있을까? 그 다음에 지역 청년 창업가들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을까? 수많은 지원사업 수혜 청년들이 왜 ‘죽음의 계곡(Death Vally)’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질적 성장단계로의 진입이 어려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SF드라마 주인공에게 이입했던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것은 도전이지만, 돌아왔을 때마다 리셋되어 있으면 좌절이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경험은 축적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해결점에 대한 데이터, 각자 가진 특별한 오브제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갈 동료와 조력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청년 창업지원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자금지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초기자본, 운영·시설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청년 창업에 가장 필요한 지원일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이는 시작을 위한 기초적인 지원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검증과정과 ‘실패했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이 문제는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등의 단계가 오면 눈앞의 문은 금세 벽으로 바뀌어버린다. 실제로 2020년 지역창업 활성화를 위한 청년창업 애로 요인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지역 청년들의 창업 애로요인은 창업자금보다는 비즈니스모델, 경영관리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청년 창업의 경우 수익모델이나 환경, 사업자 형태, 고용 형태 등이 일반 비즈니스 트랙과는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인 컨설팅·자문기관에서 해결되긴 어렵다.

대부분의 청년 창업가들은 사회경험치가 낮고, 비즈니스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 창업가들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및 검증과정은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한 도전과제다. 실패와 좌절에서 어느 정도 해결점을 찾아 나가는데 필요한 전문 인력과 자문서비스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즈니스모델·경영관리·노무·세무·법률 등은 청년들에게 몹시 생소한 영역이기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지역에 아무리 좋은 멘토들이 많더라도 그들과 지역 모든 청년들의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제도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역 및 지역창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은 멘토풀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경영·노무·세무·법률·마음건강 등을 정기적으로 구조화하고, 지역 청년창업가라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덧붙여 지역 청년 창업가들이 정서적 연대에서 나아가 함께 역량강화를 해나갈 수 있는 자체 스터디 형성도 좋은 해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달리기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신발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무리 튼튼하고 보기 좋은 신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없다면 금세 기능을 잃어버린다. 지역의 청년 창업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자금이 시작을 위한 밑바탕이라면, 청년 창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보다 탄탄하게 설계하고 지원하는 것이 곧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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