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찜통더위와 함께 ‘초열대야(超熱帶夜)’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열대야’는 매년 혹서기에 단골처럼 익숙하지만, 초열대야는 아직은 생경하다. 밤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때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우리는 거의 쓰지 않았으나 근년에 들어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통상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라고 하는데, 그보다 5도나 높으니 초인적 인내를 요구하는 밤 기온이라고 하겠다.

그렇게 ‘어마무시’한 초열대야가 며칠 전 강릉에 나타났다. 6월 29일 최저기온이 30.7도를 기록했다. 강릉의 초열대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8월 3일에도 최저기온이 30.9도를 기록했고, 멀게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 7월 26일(30도) 발생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초열대야는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기록된 두 번의 초열대야는 가마솥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세칭 ‘7말8초’ 폭염기였던 반면, 올해는 여름 문턱인 6월에 불청객을 만났다는 점에서 긴장 수위가 다르다. 6월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115년 국내 기상 관측 이래 올해 강릉이 처음이다.

폭염과 열대야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비교 대상이 되는 해는 1994년과 2018년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사망’ 소식이 날아든 1994년 7월은 더위 또한 충격적이었다. 7월 12일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이 39.4도까지 치솟았고, 연일 열대야가 이어졌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속출했으니 폭염이 공포가 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8월 1일에는 홍천의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불쑥 솟아오르기도 했다. 최악의 폭염으로 콘크리트 포장이 팽창한 때문이었다. 그날 홍천의 낮 최고기온은 41도였다. 그해 서울에서는 8월 2일(30.3도)과 3일(30도)에 이틀 연속 초열대야가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 온난화와 열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20년 뒤 폭염이 최대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연재난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폭염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한겨울처럼 으스스해진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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