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 지역별 3~4일째 지속
노동자 “더위 먹어 구토 등 경험”
농작물 땅속에서 썩고 병해 노출

▲ 전국 대부분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4일 춘천 지하상가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정호
▲ 전국 대부분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4일 춘천 지하상가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정호

강원도내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사람도, 농작물도 지쳐가고 있다.

4일 오후 5시 기준 삼척·홍천·강릉·춘천·화천 등지에는 폭염경보가, 양구·정선·동해·평창·양양·고성·인제·속초·횡성·철원·원주·영월 등지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특히 동해의 경우 지난 달 30일부터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고 다른 시군도 지난 1일과 2일 폭염특보가 내려져 3~4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에 일반시민들부터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도내 농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본지 기자가 4일 오전 춘천시 후평동에 위치한 돼지골을 방문한 결과 주민들 대다수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실내에 머무르고 있어 골목은 한산했다. 하지만 실내라고 해서 실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볕 잘 드는 곳에 위치한 슬레이트 건물은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느껴졌고 주민들 대부분이 부채와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돼지골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87)씨는 “주변에 마땅한 경로당도 없어 혼자서 외롭기도 하고 몸도 안 좋아 지난해에는 부채 하나로 버텼지만 올해는 그나마 선풍기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는 택배 노동자과 공사현장 노동자도 더위에 취약하긴 매한가지다. 가만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날, 택배 기사들은 연신 택배 상자들을 고객들을 위해 들고 뛰기 일쑤다. 춘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45)씨는 “여름에는 같은 무게의 상자라도 몸이 지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더위를 먹어 구토도 하고 몸이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석모(25)씨도 “날이 너무 덥다보니 다른 계절보다 쉬는 시간을 길게 갖는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근심도 커져가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농작물이 수확도 하기 전에 썩거나 병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정선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58)씨는 “올 봄 가뭄이 너무 심하다보니 물을 댔음에도 불구하고 감자 크기가 너무 작다”며 “그나마 크기가 큰 것을 수확하고 있지만 최근 습한 날씨가 반복되는 탓에 땅 속에서 썩어버려 평년이라면 5t은 수확해야 하는데 올해는 3t도 못 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홍천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65)씨도 “가뭄에 이어 폭우까지 이어지니 옥수수가 기형이 생기고 일정하게 자라지를 못한다”며 “약 1만평(3만3057㎡) 규모에서 보통 1만개 정도 수확하는데 올해는 3000개 수확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호·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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