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화천 원천초 교사
▲ 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화천 원천초 교사

누리호가 하늘을 뚫었다. 실용위성을 발사한 7개국에 포함되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었다. 수고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은 단지 직업으로가 아니라 사명으로서 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찬란한 영광이 지금이 아닐까 싶은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 그것은 인구 때문이다.

자료들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라고 한다. 2명이 결혼해서 1명도 못 낳는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이 내놓은 2020년 국가별 출산율 순위표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인 200위라고 한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4년간 40만명대를 유지한 전국 출생아 수는 2017년 30만명대(35만7771명)를 거쳐 2021년 20만명대(26만500명)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있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교의 소규모화를 가져왔다. 2021년 강원도 내 60명 이하(일명 작은 학교) 공립 초등학교는 154개교, 중학교 66개교로 전체 학교의 4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작은 학교는 보는 관점에 따라 애물단지일 수 있다. 적은 수의 학생에 비해 교육을 위한 인력 소모가 많고, 재정 소모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이다. 그래서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초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한 아이의 가치가 경제성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 국부(國富)가 흘러넘치는 지금,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사람을 키우는데 달려있다. 초저출산 시대에는 더욱더 그렇다. 누리호가 저절로 하늘을 뚫은 것이 아니다. KF-21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자력과 반도체가 저절로 한국의 대표산업이 된 것이 아니다. 고도로 교육받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달렸기에,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그 답이 작은 학교에 있다. 작은 학교는 개별화가 가능한 학교다.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어려운데, 강원도는 45%나 그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작은 학교는 자연친화적이다. 학생이 적어 교사와 학생 간, 학생들 간의 깊은 관계도 가능하다.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정서적 안정감과 관계 맺음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 작은 학교다.

작은 학교는 개별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요람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현이 가능하다. 조건이 있다면 국가 수준의 평균적인 교육과정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인적 물적 자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탈바꿈하게 되면, 작은 학교의 소멸은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한 아이 한 아이가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교육받은 한명이 천명, 만명을 대신할 수가 있다. 지금 교육받은 아이들이 제2의 누리호를 만들고, 달을 개척하고, 화성을 탐험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다.

조건은 있다. 작은 학교에서 최고의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올인하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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