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서면 황이리 ‘얼음굴’도 피서 명당이다. 미천골 휴양림이 있는 이 마을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얼음굴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얼음굴이 기다린다. 한 여름인 중복 때까지 얼음이 있고, 1년 내내 시원한 자연 바람이 나오는 천연동굴로 유명하다. 그동안 다듬어지지 않았던 720m에 이르는 등산로는 지난해 정비를 마쳐 트레킹한 뒤 굴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정선군 신동읍 얼음골에선 ‘풍혈’(風穴)이 뿜어내는 냉기가 바깥 공기와 만나 안개가 발생하는 희귀한 자연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습하고 무더운 계절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안개가 발생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지형이 험해 주민과 트래킹 마니아들만 찾는 곳이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여름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 피서지는 존재만으로도 청량감을 선사한다. 에어컨 바람이 줄 수 없는 신선함은 매력적이다. 얼음굴과 얼음골은 대부분 깊은 산 계곡이나 오지에 위치해 신비로운 감흥을 느끼게 한다. 비밀스러운 아지트를 즐기는 현지인들은, 이곳이 밖으로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 자칫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꼭꼭 숨겨둔 여름 속 오아시스는, 소문난 곳보다 훨씬 많을지 모른다. 이수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