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시조집 ‘입꼬리 방정식’

“내 몸의 점들은 다 내 어머니의 글들이다/어머니가 글을 몰라 점자처럼 찍어놓고/평생을 어루만지며 읽으셨던 글이다(시조 ‘점點’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는 시조 한 편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영석 시인의 시조는 어느정도 정형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적 서사가 자유롭고 감정을 꿰뚫는다. 세월이 지나듯 마음도 계속 흘러왔기에 맑다.

임영석의 다섯 번째 시조집 ‘입꼬리 방정식’은 그가 오랫동안 불화와의 조화를 고심하며 품어온 숙제에 대한 해답이다. 미묘한 발상의 전환이 순환한다. 시인은 자신의 시가 “빈껍데기 속의 낟알”이고 싶어 한다. 불교적 색채와 죽음의 이미지가 가까운 글들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충동이나 체념의 느낌은 아니다. ‘봄꽃’은 “과녁도 없는 마음을/정확하게 맞춘다”고 한다. 자기 예언적 화두를 받아들이는 구도의 자세를 견지할 뿐이다.

1985년 현대시조 추천으로 등단, 40년 가까이 시조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책 후반부 실린 산문 ‘나의 시조 항해일지’를 통해 지나온 세월을 반추한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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