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긴급착륙했다. 연합뉴스
▲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긴급착륙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긴급착륙했다.

승객들은 유서까지 작성하는 등 하늘 위에서 2시간가량을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1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25분 출발한 대한항공 KE9956편(A330-200)이 이륙한 지 1시간 30여분 만에 기체 이상으로 바쿠의 하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 긴급착륙했다.

애초 인천공항에 10일 오전 10시 30분 도착할 예정이던 KE9956편은 운항 중 엔진 결함 메시지가 발생하자 최근접 공항인 바쿠 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해 바쿠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은 운항 중 2번 엔진(오른쪽) 진동 메시지가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기장은 기내 방송에서 비행기 엔진 중 하나에 이상이 생겼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승객들은 엔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했으며, 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자 소방차도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오른쪽 날개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진동과 소음은 물론 열기까지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기에는 215명의 승객과 10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대한항공은 이스탄불 지점 직원을 바쿠 공항으로 급파하고, 공항 내 대기하는 승객에게 기내 담요 등을 제공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현지 조업사를 통해 입국 비자 발급 절차를 진행 중이며, 승객들은 현지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승객 수송을 위해 동일 기종인 A330-200 임시편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날 낮 12시 5분 인천공항에서 임시편이 출발하며, 11일 오전 7시 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대한항공은 인천공항 검역소와 입국 시 PCR(유전자 증폭) 검사·신속 항원 검사 유효기간 연장을 협의 중이다. 하루 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승객이 PCR 검사 기한인 48시간을 초과한다.

이 사고로 항공기 승객들은 2시간 가량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오른쪽 창가 쪽에 앉은 승객들이 먼저 기내 이상을 느꼈다. 창가 쪽에 앉은 한 승객은 창문 쪽에서 뜨거움과 진동이 느껴져 창밖을 보니 불꽃이 튀었다고 전했다.

승객들이 승무원을 다급하게 부르는 순간 기내 모니터가 꺼지고 기내가 어두워지면서 공포감이 엄습했다.

여객기에 탑승했던 김민재(22)씨는 “처음에는 바다에 빠지거나 엔진이 터져서 죽는구나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부 승객들은 좌석 밑의 구명조끼를 꺼냈고, 가족으로 보이는 승객은 손을 잡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장은 “위험한 상황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기가 안전한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며 “조종석에서 현재 같은 사안이 반복(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기가 바쿠 공항에 안전히 착륙한 이후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다”고 방송했다.

기장이 “항공기는 정상적, 아 정상이진 않지만 안전한 상태로 운항 중”이라고 방송을 하자 일부 승객들은 안도한 상태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모(30)씨는 “스마트폰에 유서를 쓰고, 어머니와 누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며 “항공기 사고가 생각나면서 삶이 끝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기장이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안내했지만, 아제르바이잔 바쿠 공항 착륙까지 2시간가량이 걸리면서 승객들은 비행 내내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여객기는 엔진 결함 감지 이후 2시간만인 오전 4시 15분께 바쿠 공항에 안전히 착륙했다.

이번 비상 착륙으로 다치거나 병원에 이송된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모(55)씨는 “처음에 번쩍거려서 번개가 쳤나 했는데 빗방울이 없었다”며 “기장이 괜찮다고 해도 그냥 하는 말인 것 같아서 너무 불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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