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유상범 당 인권위원장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유상범 당 인권위원장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북선원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상범(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인권위원회 등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권성동(강릉)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사무총장, 성일종 정책위원장 등 대부분의 당 지도부가 참석해 북한 어민 강제 북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북한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의 화력이 집중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국민의힘이 이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했다. 아직 의혹 제기 단계로 사실 확인 이전에 가정을 전제로 한 입장으로서는 매우 직설적이고 강경한 태도였다. 이어 기다렸다는 듯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나섰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국정조사와 특검 등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 국민의힘 인권위원회(위원장 유상범)·정책위원회·국제위원회, NKDB인권침해지원센터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건의 핵심 문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 국민의힘 인권위원회(위원장 유상범)·정책위원회·국제위원회, NKDB인권침해지원센터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건의 핵심 문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이자 정치보복이라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본격적인 신·구 권력 간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중심 이슈가 하필이면 대북 문제였다. 북한 문제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안이다. 그런데도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과 함께 국민 감정상 매우 민감한 이슈임에도 이것을 끄집어 낸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불만을 가졌던 보수적 민심에 부응하면서, 출범 두 달 만에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인 듯싶다.

2019년 11월 8일 당시 해군이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어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8일 당시 해군이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어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다음을 가정해 보자. 만약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밀항을 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붙잡혔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선 검거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국가와 협의해 그 나라 당국자에게 인도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절차를 거치겠지만, 결과는 같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벌하지 않고, 해당 국가에 인도해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어민 북송문제를 다시 돌아보자. 북한 선원 두 명이 선상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가 동해상에서 우리 군 당국에 의해 붙잡혔다. 당초 이들이 도주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것은 이견이 있으므로 이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조사를 통해 이들이 무려 16명의 사람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남한에 들어온 것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붙잡힌 이들은 조사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정부는 합동 조사를 통해 북한 선원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했고,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넘겼다.

그런데 북한 주민의 경우 외국인과 달리 귀순했다면, 자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귀순을 했다면, 그 순간 자국민으로서 이들은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응분의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현지 증거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증거가 없으면,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가 없고,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석방되어 대한민국을 활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이 부각된 것은 ‘가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을 강제로 북한에 보낸 것’으로 보이는 통일부의 사진 때문이다. 사진은 이들 중 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건넜던 판문점의 남북 접경선에서 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를 두고 반인도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반면 그렇다고 흉악범죄를 저지를 이들을 그대로 대한민국에 풀어줘도 될 것인가 하는 국민감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서 귀순의 진정성이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거창하게 국제법 적용 여부나 흉악범이라는 국민정서를 고려하기보다는 이것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되고 집행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은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사 선임 등 최소한의 사법적 권리 보호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의혹이 있다면, 그것은 절차에 따라 밝히면 그 뿐이다. 이 문제를 두고 여·야 간의 치열한 논쟁은 할 수 있더라도 서로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끝없는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난 13일 대통령실의 반응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을 전제로 한 일방적 규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했다. ‘반인륜적 범죄’라는 프레임 씌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태다. 물론 국민이 모르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 정보에 근거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서둘러 입장을 표명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전 정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이 정략적 차원에서 인류 보편이 가치인 인도주의를 저버렸다는 의혹이 있다면, 우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는 반인륜적, 반인도적이라는 지적을 받을만큼 미개한 나라인가? 그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북한 어민 강제북송 논란으로 확전 양상의 여·야의 대치정국으로 인해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만 힘들게 됐다.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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