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1890~1970)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중 하나는 민주국가에서 좀체 찾기 어려운 독재자적 태도이다. 5공화국으로 정계 복귀한 드골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여러번 정치적 비판을 피해 갔다. 마침내, 그의 정치역정도 1969년 4월의 국민투표 부결로 막을 내리게 된다. 잘못 알려진 그의 어록 중 하나가 1958년 알제리 수도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온 “나는 여러분을 이해합니다”이다.

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제법 알려졌는데 오히려 정반대이다. 한반도의 10배 넘는 영토를 보유한 아프리카 주요국 알제리의 마지막 독립전쟁은 1954년 시작됐다. 132년간 프랑스 식민지배 치하에서 신음하다가 1962년 7월에서야 독립을 쟁취했다. 1958년 알제에서의 드골 연설은 전쟁 도중이었고, 식민지 체제 지속을 바라는 프랑스인 등을 향해 안심시키기 위한 언급이었다.

“나는 여러분을 이해합니다”라는 이 발언은 공교롭게도 2011년 정권 몰락 직전의 튀니지 독재자 대통령 벤 알리(1936~2019) 입에서 재연됐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철권통치한 그는 국민적 저항으로 권좌에서 쫓겨나기 직전인 1월 13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나는 여러분을 이해합니다”라는 말을 네 번 연속 반복했다. 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민혁명을 맞닥뜨린 벤 알리의 세차례 연설 언어를 분석한 사희만 조선대교수는 마지막 연설에서도 여전히 그의 인식 수준은 국민 요구를 ‘먹고 마시는 문제’ 수준에 머물렀으며, 축출이라는 신분 변화의 심리를 언어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 내리막에는 제대로 민심을 읽고 민생을 돌보는데 열중하지 않는 국정 비판 여론이 담겨있다. 더군다나 정계에서는 수시로 공·사 구분을 의심케 하는 해명 아닌 해명의 말로 분노를 돋우고 답답증을 일으키고 있다. 편할 날이 없는 와중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7월 13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국무총리직을 ‘대통령님을 모시는’ 자리로 발언했다. 언어는 생각을 담아내고, 부조리한 상황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여러모로 정제된 언어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박미현 논설실장 mihyunp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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