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 부정 평가는 53%다. 한주 동안 긍정 평가는 5%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하며 긍정과 부정 격차는 21%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민들은 부정 평가(536명·자유응답) 이유로 △인사(26%) △경험·자질 부족(11%)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 △소통 미흡(5%) △외교(4%) △발언 부주의(3%) 등을 지목했다. (참조 한국갤럽 홈페이지) 집권초 새 대통령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이유는 한국갤럽 조사 결과처럼 인사 논란과 소통 문제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 네 가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는 여소야대 여의도 정치지형을 손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정부 리더십이 여당으로 넘어왔지만 입법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다. 야당은 막강 의석을 무기로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연일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구상하고 있는 주요 개혁 프로그램은 겉돌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거대 야당의 일부 의원들은 다수 의석을 무기삼아 집권 2개월을 맞은 새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으로 ‘탄핵’ 운운하며 연일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은 의장이 되자마자 개헌 얘기를 꺼내 드는 등 2년전 실시된 제21대 총선 결과가 갈길 바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2 해양머드박람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2 해양머드박람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새 대통령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투영하는 언론환경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지속되며 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사장 임면권을 갖는 공영방송, 뉴스통신사, 보도전문채널 등은 임원진 대부분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로 짜여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대 야당이 특정 사안을 이슈화하면 구여권 성향의 언론사들이 그 문제를 특정 프레임에 맞춰 보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여당은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구여권 성향 언론사들이 특정 사안을 집중 보도하면 야당은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여당의 시각이고 양측이 유착돼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새 정부에 대해 비우호적인 일부 언론들은 검사에서 1년여 만에 최고 국가 지도자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초 있을 수 있는 아마추어적인 모습들을 속속들이 탈탈 털고 있다. 일부 왜곡된 거울에 비쳐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찌그러지고 우그러진 기형적인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모습에 실망한 중도층은 물론 고정 지지층도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권력은 한 발 더 나아가 지지율 하락에 힘을 얻어 윤 대통령과 새 정부의 모습을 더욱 기이하게 만들어 가며 국민들과 새 정부 사이를 갈라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에는 또 다른 +&가 있다.

공간이 만드는 권력의 상징화다. 청와대라는 공간은 실제 모습과 달리 대통령을 최고 권력자로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수월하게 구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을 비서동인 여민관에서 자주 가졌으나 필요한 경우 청와대 본관에서 국정을 봤다. 진홍색 카펫이 쫙 깔려 있는 청와대 본관의 긴 복도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좌우에 대동하고 걷는 모습은 한 인간을 최고 권력자로 돋보이게 하고 대통령을 더 대통령답게 국민들에게 투영한다. 또 청와대 본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진홍색 카펫이 깔린 계단 위에서 한반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1.5층 벽면을 배경으로 연설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연설에 신뢰와 무게를 실리게 만든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공간적으로 이런 연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권위주의시대에 만든 최고 권력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국방부 청사를 급하게 리모델링한 용산 대통령실은 일개 정부청사 건물이다. 70년 넘게 청와대에서 연출된 대통령 모습에 익숙해 있던 국민들에게 용산 대통령실에 있는 대통령은 소탈할지는 몰라도 왠지 +&가 빠져 있다. 언론에 비친 용산 대통령실의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최고 권력자에게 강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왜소하고 약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 서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국민들을 만나 금리 상승기 금리 부담 등에 대해 여론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 서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국민들을 만나 금리 상승기 금리 부담 등에 대해 여론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는 또 하나의 +&가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권의 현안에 대한 메시지 관리 능력 부족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슈가 불거지면 청와대는 물론 여권이 줄줄이 나서 진화를 하거나 쟁점을 또 다른 쟁점으로 덮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부터 대변인, 그리고 일개 비서관까지 나섰다. 국회에서도 청와대 참모출신 친문 국회의원들이 떨쳐 일어나 청와대를 결사옹위했다. 이들은 친여 방송에 매일 아침 등장해 그들만의 논리를 폈고 이 논리는 지지층을 결집해 나갔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안이 터져도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브리핑에 나서는 사람은 대변인 한 명에 불과하다. 홍보수석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참모들은 아예, 오불관언(吾不關焉), 강 건너 불구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해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답변 태도도 입방아에 오른다. 언론이 출근길 대통령에게 던지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사적채용’에 대한 물음 정도는 부대변인이 소화해야 할 수준이 아닐까?

지난 3월 대선 승리, 지난 5월 대통령 취임 그리고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이라는 ‘3대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30%라는 국민의 평가는 분명히 다양한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이유와 함께 당장 쉽게 극복하기 힘든 여러 원인들이 갈길 바쁜 윤석열 대통령의 발목을 수렁속에 묶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