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립대 해양경찰학과 3학년 천사라(22) 씨

▲ 고기잡이배 여선장 천사라씨
▲ 고기잡이배 여선장 천사라씨

“바다는 운명인 것 같아요. 가장 행복한 일터이고, 놀이터입니다.”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배를 몰고 거친 동해 바다를 누비는 20대 여선장이 화제다.

주인공은 강원도립대 해양경찰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천사라(22) 씨. 그는 올해 초 5t 이상 25t 미만 선박 운전이 가능한 소형선박조종자격증을 취득, 직접 조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철따라 홍게와 오징어, 양미리 등을 잡고 항구로 돌아와 직접 입찰과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까지 하는 말그대로 신세대 선장이다.

▲ 배를 조정하고 있는 천사라 선장
▲ 배를 조정하고 있는 천사라 선장

어종에 따라 하루 3∼4시간, 많게는 종일 바다에 나가 생활한다. 최근들어 선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보니 아버지와 단 둘이 조업에 나갈 때도 있다. 천 씨는 “아버지를 돕고싶은 마음에 따라 나서기도 하지만 혼자 성인 남성 2명 몫은 거뜬하게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적성에 맞고 즐겁다”며 “눈 앞에 팔딱팔딱 거리는 수 천마리의 고기들을 보고 있으면 활력이 생기고, 특히 어획량이 많을수록 엄청난 성취감이 든다”고 말했다.

▲ 동해바다 누비는 22살 여선장 천사라씨
▲ 동해바다 누비는 22살 여선장 천사라씨

2년 전 대학에 입학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업과 바다 조업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화상 수업이 있는 날이면 바다 위에서 실시간 수업을 듣기도 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조업 횟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일주일 1~2번은 꾸준히 바다에 나가고 있다. 그는 “오징어 잡이의 경우 야간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는 오후 시간에 출항해 조업을 하고 다음 날 아침 8~9시 쯤 돌아오자마자 다시 오전 수업을 들으러 간다”며 “이른 아침 항구에 돌아와 학교를 가기 위해 바삐 움직이면 주변에서 ‘사라야 학교가냐 잘 다녀와’하고 외쳐주시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에는 화장실도 없고 제대로 누워 쉴 공간도 여의치 않다보니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많이 보낸다. 천 씨는 “어린 여학생이 배도 몰고, 매일 바다에 나가 어업활동을 하니 주변에서 신기해하는 시선도 많고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바다에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다”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배에 친구들을 태우고 바다로 나가 배낚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여선장 천사라씨
▲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여선장 천사라씨

천 씨는 바다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할때마다 바다는 자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라고 느낀다. 그는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밤샘 조업을 하던 중 갑자기 기계 결함으로 선박이 고장나 모든 전원을 끄고 바다를 떠다녔던 적이 있다”며 “시끄럽게 돌아가던 엔진이 멈추고, 전기도 끊겨 불빛 한 점 없었는데, 당시 파도치는 소리와 쏟아질듯한 밤 하늘 별을 보며 연신 감탄했던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살아 움직이는 대형 고래 등 희귀한 해양생물이나 동해안 일출을 볼 수 있다거나 동해 바다 한 가운데서 떡볶이와 라면을 먹을 수 있다던지 육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들 덕분에 바다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천 씨는 어업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라 자연스럽게 바다와 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다는 때때로 노련한 뱃사람들도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야생의 공간. 그는 극구 반대하던 아버지를 설득, 19살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선원 자격으로 배에 올랐다. 그는 “고물(선미)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일만큼 시원했고, 흔한 멀미 한번 하지 않았다”며 “천상 뱃사람 체질을 타고 난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아버지는 선원 작업복을 입고 군소리 없이 몇 시간을 팔뚝 꿁은 남자 선원들과 함께 똑같이 작업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뱃일을 허락했다.

▲ 주문진 유명인사 천사라 선장
▲ 주문진 유명인사 천사라 선장

천 씨는 주문진에서 유명인사다. 부녀(父女)가 어업인인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인데다 어린 나이임에도 부지런하고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다고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현재 3t급 배를 보유하고 있는 선주이자 수협 조합원이며, 내년 초 대학을 졸업하면 해기사 3급 자격증까지 소유하게 된다.

그는 해경 함정요원이 돼 동해바다 뿐만 아니라 더 넓은 해상을 누비는 게 목표다. 천 씨는 “해경이 되면 어업활동은 잠시 멈춰야겠지만, 해상에서 벌어지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 등을 전문적으로 깊게 들여다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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