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과 따스한 이야기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 선물
토지문화관 창작실 입주 작가 활동
2012년 서울 떠나 원주로 이사
1997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당선
외국 좋은 작품 찾아 번역·출판도
일상 가까이 좋은 이야기 발굴 집중
사회 정의·사람과 연대 관심 기울이며
어린이청소년책문화 강원연대 이끌어
“괴로운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슬픈 아이에게는 위로…
나를 키워주는 책의 힘
개인적 성공이 아닌
모두에 도움되는 사람,
평범한 인물 다뤄야”

▲ 독자들과 만나 강연하고 있는 강무홍 작가의 모습.
▲ 독자들과 만나 강연하고 있는 강무홍 작가의 모습.

사색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은 글로, 사람을 말하고 세계 곳곳에 묻혀있는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소개하며 아이들에게 생각의 씨앗을 뿌리는 강무홍 작가를 만났다. 매지 호수가 보이는 풍경에 반해 왔다는 그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그의 글처럼 따스했으며 차분하고 명료했다. 그는 토지문화관 창작실 입주 작가로 머물다 만난 살갑고 다감한 원주 사람들 모습에서 눈앞의 존재로 이웃인 채 살았던 옛날을 떠올렸고 정답게 인사하면서 살고 싶어 2012년 서울을 떠나 원주로 이사했다. 사무실이 서울에 있어 오가며 지내는데 요즘도 집을 나서는 걸 보면 이웃 할머니들이 안부를 묻고 말을 걸어온다. 책을 읽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친 그를 위해 버스에 탄 학생과 아주머니들이 나서서 도와준 덕분에 내릴 수 있어 차를 놓치지 않았던 따스한 기억도 있다. 원주가 약자에 대한 연민과 공동체 의식이 있는 곳으로 느껴져 그는 원주살이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에 ‘기적’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집으로’, ‘ 까불지 마’, ‘천사들의 행진’ 등 50여 권을 썼고 ‘새벽’, ‘괴물이 사는 나라’, ‘비가 오는 날’ 등 많은 그림책을 번역했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외국의 좋은 작품들이 각색되고 진지하게 읽어야 할 책마저 재미 위주로 출간되는 것을 보고 작가가 쓴 글을 온전하게 아이들과 만나게 하고 싶어 ‘햇살과나무꾼’을 만들었다. 그가 묻혀있는 작품을 찾아 원작의 향기를 살려 아이들의 언어로 제대로 번역하고 창작하며 30년 넘게 이끌어온 ‘햇살과나무꾼’은 출판계와 부모들이 신뢰하는, 좋은 책을 출판하는 전문기획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슬픈 아이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 괴로운 아이에게 기댈 수 있는 책이, 내게 도움 되고 나를 키워주는 책이 좋은 책인데 더러는 나쁜 책이 나를 키우기도 해서 어른들이 나쁘다는 책도 재미만 취하고 버리는 자기 나름 눈높이를 두고 읽으면 세상을 사리 분별할 힘도 주는데 그게 책의 힘이고 생각을 여는 데 책이 주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무홍 작가.
▲강무홍 작가.

그는 필리파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읽다가 목초지에서 느릅나무가 베어지는 날의 풍경과 그날 밤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에 관해 쓴 글을 보고 이야기의 깊이와 시적인 문체에 감탄하며 우리 일상 가까이에 좋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도 그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등단을 거쳐 작은 단편들을 묶어내기 시작하면서 진심을 꾹꾹 눌러쓴 글을 세상 밖으로 내보는데 그가 꾸준히 쓰는 글은 인물 이야기다. “어렸을 때 우리가 읽었던 위인전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어요. ‘이 사람이 왜 훌륭하지? 우리 엄마 아빠가 더 훌륭한데’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자라다가 대학 때 소록도의 마리안 수녀님을 열린음악회 같은 방송에서 보게 되었어요. 언젠가 내가 글을 쓰게 되면 이분 이야기를 꼭 쓰리라 했는데 그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좋았어요. 저는 개인적 성공이 아닌 사회적으로 나누며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사람들이고 작은도서관,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도 인물 이야기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강무홍 작가의 책들.
▲ 강무홍 작가의 책들.

그가 몇 년 동안 손에서 놓지 못한 글은 제인 구달이다. 초고는 완성이 되었지만 사회적 활동에 힘을 쏟다 보니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세계의 재난 현장 어디에나 있는 쿠바 의사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구상 중이다.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가난한 쿠바에서 의사들이 어디든지 아픈 사람이 있으면 달려가는 모습과 경찰서보다 병원이 많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체 게바라의 말이 쿠바 의사들의 이야기로 이끌었다.

▲ 강무홍 작가의 게시판.
▲ 강무홍 작가의 게시판.

그는 인물 이야기를 쓸 때 그 인물 속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아이들이 가스실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이야기인 ‘천사들의 행진’ 원고를 넘기고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 감정에서 억지로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고 감정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며 부채감에서 걸어나 올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그렇게 사회와 정의, 사람과 연대에 관심을 기울이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에 관심을 쏟느라 글을 많이 쓸 수 없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세상에 알리고 빨리 돌아와서 써야지 했는데 그런 일이 용산참사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세상에 대한 탐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두 번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거예요. 쌍용차와 세월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리고 죽고 하니까 돌아갈 수 없었어요.”

▲ 강무홍 작가의 서가.
▲ 강무홍 작가의 서가.

그는 소수의 편에 서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여 연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활동으로 강연도 하고 어린이청소년책문화 강원연대를 이끌고 있는데 필요한 것을 공유하며 거칠지만 살아있는 시민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모이는 장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 인물 이야기로 세상에 말을 거는 그의 글에서 뚝뚝 떨어지는 진심을 읽게 되는 건, 아이들이 그가 던지는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건 그가 다음 세상을 생각하는 그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인·문화기획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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