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우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학술서 ‘조선족 소설사’ 출간
연변작가협회 중심 작가 발굴

올해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설립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조선조 말부터 한반도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조선인들은 주로 북간도 인근에 집단 거주했고, 1952년 중국공산당의 소수민족 정책에 따라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설치됐다.

최병우 강릉원주대 명예교수가 ‘조선족 소설사’를 펴냈다. 중국 소수민족 문학이자 세계 한인문학의 귀중한 자산이기도 한 조선족 문학의 성장과 발전을 통사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후반부에는 조선족 작가 115명의 약력이 실려있다.

양구 출신으로 중국소수민족문학상 등을 수상한 리상각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있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하고 소설집 ‘백두의 얼’ 등 20여권의 문집을 출간한 작가다.

저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5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족 소설사를 5단계로 구분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신시대의 도래(1945∼1956), 이념 과잉시대의 정치적 억압(1957∼1978),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1979∼1992),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의 정체성 혼란(1993∼2003년), 중국의 경제성장과 조선족 사회의 위기(2004년∼현재)다.

문화대혁명 시기는 조선족 문인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반우파투쟁으로 상당수의 지식인이 우파로 몰렸는데,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 소속 조선족 문인 19명도 창작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문단의 황폐화를 겪었다.

개혁개방과 서울올림픽, 한중수교 이후에는 지식인의 한국 이주 현실에 대한 비판과 서구 문학 이론을 수용한 실험소설이 등장했다. 정치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반성적 사고와 함께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도 다시 일어났다. 시장경제 본격화에 따른 가치 혼돈을 그려낸 작품도 나왔다. 허련순의 ‘바람꽃’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족의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불법체류 신분으로 공사 현장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감내하는 조선족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

조선족 신진작가들은 새로운 주제와 서사적 실험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2020년 발간된 최화의 ‘숲으로 가는 길’을 문화대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동적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으로 손꼽는다.

재일교포와 고려인의 한글 창작이 사라지는 현실은 조선족에게도 적용된다. 저자는 중국어로 창작하는 작가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한글 창작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선족 작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조선족 소설을 한국문학의 장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병우 교수는 “조선족 문학을 지켜온 데에는 연변작가협회의 공이 컸다”며 “협소한 조선족 사회에서 작가 발굴 작업을 올곧게 진행, 활력을 불어넣고 조선족 문학의 유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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