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림 ‘멧새가 와서 사랑처럼…’

수학교사 출신의 시인에게 세상은 수학공식이 아니었다.

홍천여중 교장으로 퇴임하고 춘천 지내리에서 ‘시 쓰는 반장님’으로 활동하는 조성림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멧새가 와서 사랑처럼 울었다’를 펴냈다. 시편들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려가다보면 평범한 일상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만져보면 그 모두 기적 아닌 것 어디 있겠는가”라는 시인의 말이 식물성에 가까운 심상을 안긴다. 이를테면 시 ‘부추꽃’에서는 “게으름도 꽃”이 되고, ‘가보자 국밥집’에는 “한 생의 막창까지 견디며/(중략)/삶처럼 뜨거운 골목”이 있다. ‘수레국화’에서는 “한 생을 다바쳐/나무를 베어내고/다듬고/둥근 수레를 꾸”민다. 해와 달과 같은 둥근 수레바퀴는 둥근 세월과 함께 흘러간다. ‘소양강’에서 “강을 풀어 바다로 가던 청춘”을 지났지만 “돌아보면/안개 아닌 것 어디 있으랴”라는 것 또한 춘천 시인의 심상이다.

조선시대 문인 춘천 출신 추월 남옥을 기리는 작품도 실려있다.

김창균 시인은 해설에서 “장소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배치됐다. 미지의 장소 그 너머까지 가 닿고 싶은 바람을 실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시인은 춘천문인협회장을 역임했고 시집 ‘지상의 편지’, ‘세월 정류장’, ‘천안행’ ‘그늘의 기원’ 등을 펴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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